그런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부문에서 직원만족도 1~2위를 다투던 기업 2곳의 이름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내려가 10위권을 벗어나자, 그제서야 존재를 드러냈다. 점수는 물론 순위까지 하락한 셈이다.
먼저 A사의 5대 영역 점수를 비교해보니, 사내 문화 점수가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역에서 만족도 점수(5점 만점)가 감소했다. 특히 경영진 만족도의 감소폭이 컸다. 4.11점에서 2.75점으로 무려 1.36점이나 감소했는데, 이 정도면 우등생에서 간신히 낙제를 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비유해도 될 정도다. 업무와 삶의 균형 만족도 역시 0.8점, 총 만족도도 0.45점이 하락하며 모든 분야에서 평가가 좋았던 작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경영진 만족도가 급히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위기 신호다. 위기 돌파를 위한 경영진의 전략이 직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A사의 단점으로 ‘경영진'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고, 임직원들은 경영진의 의사 결정 시간이 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A사의 당면한 위기가 사실상 산업 상황에 따른 구조적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전사적으로 이뤄져야 할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다소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해볼 수 있다.
B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영진 만족도의 하락폭이 0.96점 정도며, 총 만족도 역시 0.52점 하락했다. 복지 및 급여 만족도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39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사내 문화는 2.85점에서 3.35점으로 0.5점이나 올랐는데, 많은 임직원들이 팀 내 분위기가 좋은 점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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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리뷰를 자세히 살펴보면, 경영진 만족도 하락의 원인에는 모회사인 C사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C사는 B사의 조직 개편을 직접 시행하고, 인사고과는 물론 정책 방향 설정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 여기에 잦은 CEO 교체까지 맞물려 장기 계획이 부재한 점을 단점으로 언급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승진기회 및 가능성이 3.21점에서 2.39점으로 0.81점이나 감소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계약직 인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사 적체가 심하고 C사에서 이동해 오는 임원들이 있어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개인의 승진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직원들은 불만으로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카드 산업 전반적인 부진에 따라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C사를 향한 조직 내의 불만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보인다.
두 기업 모두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업계 상황이 좋지 않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위기 돌파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물론, 과도기적 시점이라 극복 후 보다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함께 일하고 노력한 직원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에 대해 항상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총괄이사(COO)는…2013년 황희승, 윤신근 잡플래닛 대표와 함께 잡플래닛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이전에는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서비스 그루폰의 한국지사에서 COO로 재직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