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공매도 기승…합병차익 노린 롱숏거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7.0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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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0.35 놓고 치열한 매매경쟁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제일모직 (137,700원 ▼2,600 -1.85%)과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의 공매도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사 합병비율을 중심으로 상대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을 풀고, 반대편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단기 차익거래로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세와 삼성의 대응이 치열해지면서 양사 주가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식거래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 들어 4월까지 평균 2.91%에 불과했으나 5월 이후에는 4.35%로 상승했다.

증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기타법인과 중소 기관투자자 가운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을 중심으로 하는 차익거래가 크게 늘었다"며 "대부분 삼성물산을 공매도하고 제일모직 주식을 사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매매가 가능한 것은 양사 합병비율이 1대0.35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라며 "공매도 대상이 삼성물산이 된 것은 엘리엇이 공격에 나서며 주가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하게 보면 삼성물산 주가를 제일모직으로 나눈 상대주가비율을 합병비율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수치가 최근 0.35 이상에서 유지되는 추세다. 합병이 성사된다고 전제할 경우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비싸다는 얘기다.

상대주가비율을 일자별로 보면 5월22일 0.29(삼성물산 5만5300원/제일모직 16만3500원) 저점을 기록한 뒤 5월말 0.33로 올랐고, 6월4일 이후에는 줄곧 0.35를 상회한 0.37~0.39선을 유지하고 있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갈등이 본격화한 6월10일에는 0.42를 넘었고 현재(2일 종가)는 0.37이다.

이런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엘리엇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총에서 양사 합병이 승인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양사 주가의 방향성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이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상대주가 간극이 일정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점은 합병성사 확률을 높게 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합병이 무산된다고 보면 삼성물산 대신 제일모직의 공매도가 급증해야 하는데 그런 현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일모직도 공매도 비율은 올 들어 4월까지 평균 5.99%를 기록했고 이후 현재까지는 6.07%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선 상대주가가 합병비율 보다 높게 유지되는 이유를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롱-숏 전략형태의 차익거래가 늘어나며 공매도에 시달리는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지 못했을 뿐"이라며 "삼성물산의 상대주가가 높다는 것은 합병무산 가능성을 보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과 엘리엇은 합병주주 총회를 15일 남기고 치열한 장외싸움에 돌입한 상태다. 제일모직은 전날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를 열어 합병법인의 청사진과 신동력사업인 바이오 부문의 미래를 설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같은 날 인천 송도에서 바이오의약품 사업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합병 당위성을 설파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이날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바이오 부문) 생산시설을 202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48만 리터(L)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의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일 엘리엇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 및 고발장을 제출했다. 엘리엇이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에 허위 대리인을 기재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엘리엇은 소액주주 의결권을 위임받아 반대표를 규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 Co)는 2일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제일모직 (137,700원 ▼2,600 -1.85%)의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ISS는 3일 전후로 투자자들에게 공식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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