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탄 외제차, 車사고나니 1억4000만원 신차로 렌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5.07.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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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외제차 렌트 2]애매모호한 '동종차량' 논란

15년 탄 외제차, 車사고나니 1억4000만원 신차로 렌트


#. 지난 2012년, 산타페가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으로 맞은편에서 우회전하던 캐딜락 컨코어를 들이받았다. 피해차량 차주는 30일 동안 다른 모델의 대형 외제차를 렌트했다. 보험사에 청구된 렌트비는 176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렌트업체와 보험사간 법정 분쟁이 벌어졌다. 동일 모델을 구할 수 없다보니 렌트업체는 배기량이 유사한 외제차를 렌트해 줬는데, 보험사는 렌트비가 과도하다고 주장한 것. 피해차량은 1996년식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600만원에 평가됐다. 반면 렌트차량인 외제차는 신차 가격이 1억4350만원에 달했다. 법원은 렌트비로 547만원만 인정했다.


자동차 사고로 외제차를 렌트할 때 가장 큰 논란거리는 '어떤 차를 렌트할 것이냐'다. 자동차보험 약관상으로 '동종의 차량에게 적용되는 통상의 요금'을 적정한 렌트비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종의 차량'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한 탓이다.



동일한 모델의 차량을 렌트하면 큰 말썽이 없지만 여러 이유로 동일 모델을 렌트하지 못했을 때 논란이 커진다. 중고차 가격이 600만원 밖에 안 되는 외제차가 사고를 당했는데, 1억원(신차기준) 넘는 외제차를 렌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렌트업체와 보험사 사이에 결국 법적인 다툼이 벌어졌다.

렌트업체는 "피해차량의 배기량 기준(4600cc)으로 도리어 낮춰(4200cc) 렌트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배기량은 자동차 가치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배기량·크기·연식·성능·메이커의 명성·시장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용을 산정했다. 이 판례는 '자동차 가치'와 '렌트비'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보험업계는 최근 '동종의 차량'을 '동일한 종류의 차량'으로 재해석해 외제차 사고 시 동일 배기량의 국산차를 렌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BMW가 사고 나면 배기량이 같은 쏘나타로 렌트해야 한다는 주정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약관상 최대 30일까지 렌트하도록 돼 있는 기간에 대해서도 논란은 많다. 외제차는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레 수리기간이 길어진다. 이를 이용해 수리업체와 렌트업체가 일부러 수리기간을 늘려 렌터카를 장기 이용토록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외제차의 경우 부품조달 지연을 이유로 수리기간이 늘어나면 보험사는 어쩔 수 없이 장기간에 걸쳐 렌트비를 지급해야 한다"며 "보험 약관에 보험사 지정 렌트업체를 이용토록 한다면 불필요한 렌트는 확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를 우선으로 고려해 하반기 렌트비, 수리비, 미수선수리비 등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합리적인 렌트비 수준을 책정하기 위해 과거 판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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