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전화 앱 개발자, "하루 몇 번이고 항의 전화에 욕 듣지만"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5.07.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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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스타]<33>스팸전화 차단 앱 '뭐야이번호' 개발·운용사 '에바인'

편집자주 우후죽순 생겨나는 스타트업 사이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주목받는 '벤처스타'들을 소개합니다. 에이스로 활약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미래의 스타 벤처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윤영중 에바인 대표/사진=이해진 기자윤영중 에바인 대표/사진=이해진 기자


"당신 휴대폰에 에바인(Evain) 서비스가 있다면 안심하고 통화하세요. 휴대폰 보안은 에바인이 책임지겠습니다"



에바인은 스팸전화 차단서비스를 제공하는 '뭐야이번호'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운영사다. 스팸전화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입력한 피해 정보를 모아 이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후속 스팸전화 피해를 방지한다.

스마트폰에 앱이 설치되고 나면 스팸전화로 등록된 전화가 걸려올 경우 화면에 'OO카드', 'OO보험' 등 수신자 명과 함께 업종, 주소 및 스팸정보가 뜬다. 또 특정 전화번호를 검색해 스팸 이력을 알아 볼 수 있다.



윤영중 에바인 대표(44)는 1999년~2000년 초반 IMF 때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했던 한국 IT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일본의 신용조사기관 제국데이터뱅크(TDB)에서 통계분석팀 개발자로 일했다. 2007년 한국 귀국 후에는 '자기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2012년 당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던 '스팸전화' 문제를 해결 해보자고 생각했다.

윤 대표는 "창업을 할거라면 돈만 버는 서비스가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고 당시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겪고 있던 '스팸전화' 문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뭐야이번호'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개의 스팸전화 번호를 모았다. 현재까지 '뭐야이번호' 앱 다운로드 수는 총 800만 건, 정보제공 건수는 44억 건에 달한다. 이같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캡스톤파트너스와 스파크랩스글로벌로 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TIPS)에 선정돼 총 10억 원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에바인이 보유한 기술력과 사업 아이디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 2.0 버전은 편리한 사용자 환경(UI)에 집중했다. 통화 후 해당 전화번호에 대한 댓글 정보를 남겨 이용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의 디자인 변경요청과 불편사항을 적극 반영한 업데이트다.

'Good/Bad'로 발신자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을 알 수 있도록 표시한 기능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추가된 기능이다. 이는 같은 전화라도 이용자들 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험 회사의 전화의 경우 누군가는 스팸전화로 인식하고 차단하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스팸이 아닌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전화로 받아들인다. 이에 에바인은 스팸전화로 등록된 정보라도 'Good/Bad'로 이용자 경험을 표시해 이용자들이 이를 참고해 수신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시중에는 '뭐야이번호' 후속주자인 '후후', '후스콜' 등 대기업에서 개발한 발신자 정보 표시 서비스들도 이용되고 있다. 에바인은 이들 경쟁 서비스와의 차별점으로 '데이터의 정확도'를 꼽았다. 매일 1만 여건 가량의 스팸전화 번호가 등록되고 있는데 이용자들의 피드백과 모니터링 요원의 관리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윤 대표는 "가장 오랫동안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가장 많은 수의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스팸전화 데이터의 정확도가 타 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데이터의 질이 곧 서비스 신뢰도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앱이 가볍고 빠른 점도 에반인의 강점이다. 앱이 휴대폰 메모리에 상주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동돼 이용 시 무겁지 않고 빠르다.

'뭐야이번호'는 현재 무료로 이용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로는 B2B(기업간거래) 서비스인 '뭐야이번호플러스'를 계획 중이다. 이른바 '화이트콜'(White Call·스팸전화가 아닌 유용한 정보 제공의 전화) 서비스로 검증받은 업체에 한해 기업이 직접 정확한 정보와 전화 발신 목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홍보·마케팅 전화가 무조건 스팸번호로 차단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연체료 미납', '카드 유효기간 만료' 등 필요한 '화이트콜'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다.

'화이트콜' 서비스에는 기업이 보증한 자사 번호일 경우에만 수신 시 인증 마크가 뜨도록 해 기업의 이름을 사칭한 스팸전화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또 고객이 기업의 전화를 수신거부 했을 경우 거절의 이유를 밝히도록 해 기업에 그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뭐야이번호'의 글로벌 서비스 버전 '에브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스팸전화가 한국만큼 많지 않은 외국 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화이트콜' 서비스에 보다 집중할 전략이다. 또 공개적으로 스팸정보를 알리고 이를 공유하는 데 소극적인 문화적 차이를 반영해 지인 끼리 스팸번호를 공유하는 '제한된 공유 방식'의 스팸전화 차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윤대표는 "스팸전화로 등록된 기업들로부터 하루에도 여러 번 항의 전화를 받고 욕도 듣는다. 하지만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스팸전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서비스 였다"며 "고객들로부터 '뭐야이번호'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스누핑(도청을 통해 중요 정보를 몰래 탈취하는 것)이나 지인의 목소리 패턴을 복사한 형태의 보이스피싱 등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스팸전화가 가능하다"며 "전화 상 발생하는 스팸·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안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휴대폰에 에바인의 앱만 깔려 있다면 안심하고 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팸전화 앱 개발자, "하루 몇 번이고 항의 전화에 욕 듣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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