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이름 바꿔주세요" 미사강변도시에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07.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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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공공아파트 입주민들 시공사 브랜드 붙여달라 요구

경기 미사강변도시 15단지(A15블록)  전경./사진=신현우 기자경기 미사강변도시 15단지(A15블록) 전경./사진=신현우 기자


대규모 개발이 한창인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아파트 개명작업이 활발하다. 보금자리택지지구로 조성 중인 미사강변도시는 총 32개 블록 가운데 22개 블록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다.

이들 공공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940만~950만원대로, 1300만원대인 민간아파트보다 25% 이상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입주가 완료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꾸려지면서 공공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 ‘공공’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작은 ‘미사강변 신동아파밀리에’다. 당초 이 아파트는 LH가 A15블록에 공급한 공공분양아파트였다. 이 때문에 기존 아파트명도 ‘미사강변 LH15단지’였다. 하지만 입주완료 후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명에서 ‘LH’를 빼는 대신 시공업체인 신동아건설의 ‘파밀리에’를 달아줄 것을 요구했다.

LH는 이미 해당 아파트의 분양을 완료하고 소유권이 모두 넘어간 만큼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이미 분양이 완료돼 소유권까지 넘긴 상황에서 더이상 (LH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브랜드 저작권이 있는 시공업체와 입주민대표회의가 논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시공업체인 신동아건설은 입주민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해당 아파트가 도로변에 위치하는 만큼 ‘파밀리에’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후 이 아파트 외벽에선 ‘LH’ 로고가 사라졌고 대신 ‘신동아파밀리에’라는 브랜드가 새겨졌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미사강변도시 LH9단지’ 입주자들도 아파트명 바꾸기에 나섰다.

시공업체인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거절의 뜻을 밝혔다. 내부적으로 설계·자재 등 표준기준에 따라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하고 있는데 해당 아파트의 경우 LH의 표준기준에 따라 단순시공만을 담당한 단지라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민간분양단지인 ‘푸르지오 1·2차’가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대우건설이 반대한 이유 중 하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푸르지오는 10년에 걸쳐 조경과 내부인테리어, 마감재, 디자인, 설비 등 종합기준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이 아파트는 LH의 기준에 맞춰 시공된 것인 만큼 ‘푸르지오’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속 입주하는 미사강변도시 내 공공분양 입주민들의 아파트명 바꾸기 시도는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그만큼 지역 내 민간단지 주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공공보다 비싼 분양가를 내고 민간아파트에 입주했는데 결과적으론 어느 아파트가 공공인지 민간인지 구분도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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