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이 남자, "아베노믹스는..."

머니투데이 도쿄(일본)= 정진우 기자 2015.06.1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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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2>-④[인터뷰]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 아베노믹스를 말하다

편집자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사업 창출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일본의 경제·정치·산업현장을 직접 취재, 출범 시기가 비슷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명암과 성패를 비교·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년전 일본이 겪은 문제점에 대한 현재적 접근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고민해본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 ‘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 취재를 기획하면서 찾은 아베노믹스 전문가다. 인터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베노믹스가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직 평가가 이르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토 교수도 처음엔 인터뷰 요청에 조심스러워했다. 아베노믹스 취재를 위해 일본에 입국하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이토 교수로부터 반가운 이메일이 왔다.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일주일에 한번 아베 신조 총리와 경제재정자문회의를 갖고, 하루에도 수 차례에 달하는 각종 회의와 세미나 등으로 분초로 나눠 일정을 소화하는 그의 발언은 막힘이 없었다. 이토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토 교수는 인터뷰 내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동안 아베와 같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정책 추진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에 갇히지 않으려면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토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가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 아베노믹스가 추진된 지 2년이 넘었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 처음엔 불확실성이 컸고 성과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각종 경제지표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 경제지표가 왜 좋아졌다고 생각하나.
▶ 아베노믹스는 경제 활성화, 즉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를 활성화시켜서 세수를 늘리자는 정책목표도 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야 하고 국민들의 소득도 올려줘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바탕엔 아베의 강한 리더십이 있다. 일본은 최근 6년간 6명의 총리가 취임했다. 1년에 1명씩 총리가 바뀐 셈이다. 그러니 대담한 개혁이 어려웠다. 아베의 장기 집권으로 개혁이 가능하게 됐고 많은 것을 결정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결정과 전력시스템 개혁,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많이 바꿨다. 리더가 결단력을 갖고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 세 개의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다. 아베 정권에서 계속 추진할 것이다. 지금까지 돈을 풀면서 추진했던 정책들의 성과가 착실하게 물가에 반영되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

-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 재정정책은 가장 어려운 테마다. 아베 내각 이전까지 디플레이션이 심했다. 물가 하락에다 명목 GDP(국내총생산)과 세수도 줄었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은 어려웠다. 첫 번째 화살로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전체에 그 분위기가 퍼져 세수가 10조엔 증가했다. 세수 증가 덕분에 재정 지출을 조금 증가시키면서도 재정 적자를 줄여가고 있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 일본의 재정적자가 심하다. 재정적자를 더 늘릴 수 없다. 세출을 늘리면 재정은 악화되고 늘리지 않으면 경기가 나빠지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경기가 좋아지면서 재정적자가 급속히 줄어가고 있으므로 두 번째 화살도 잘 날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화살에서 중요한 건 세금이다. 지난해 4월에 소비세율을 5%에서 8% 올렸다. 또 오는 2017년 4월에 8%에서 10%로 올릴 계획이다. 과거 일본의 역사에서 짧은 기간에 세율을 5%포인트나 올리는 건 엄청난 증세다. 그런데 이대로 그냥 세금을 올리면 경기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으로 세금을 올리는 시점에서 경기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도 중요한 포인트다.

-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민간투자)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 세 번째 화살은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어려워하는 문제다. 첫번째 화살과 두번째 화살은 일본은행과 정부가 결정해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혁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전문가들이 아베 내각의 성장전략에 대해 잘 될 것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고 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 체력이 튼튼해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성장전략의 성공 사례가 있나.
▶ 우선 전력부문의 개혁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근본적인 전력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 관점에서 과감하게 전력개편을 했다. 도쿄전력과 중부전력의 발전부문을 합병했다. 그동안 도쿄전력은 도쿄에만 전력을 공급했는데 도쿄에서 전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경계 범위를 넘어 경쟁체제로 만들었다. 또 소프트뱅크나 NTT도코모와 같은 통신회사들도 전력소매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소프트뱅크가 도쿄전력과 제휴를 해서 소매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통신 사업자들이 전력 판매 사업자로 등록해 다양한 수요에 대응토록 한 것이다.

일본에서 두 번째 큰 통신회사인 KDDI가 이에 맞서기 위해 간사이전력과 제휴를 맺었다. 이처럼 경쟁체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전력은 투자가 많은 분야인데 통신과 전력이 제휴하면서 경제에 큰 플러스 효과가 날 것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대한 개혁도 있었다. 그동안 화력발전이 대세였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 이런 재생에너지관련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에 의지하지 않는 미래에 맞는 발전에 대해 엄청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개혁이라고 본다.

- 일본 경제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는 개혁 사례는.
▶ 일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 성장전략 중 규제개혁의 효과다. 예를들면 아시아 사람들을 일본에 방문하게 하는 것이다. 아베 내각 이전인 2012년 한해동안 85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일본을 찾았다. 2014년엔 1400만명이 왔다갔다. 올해는 1700만~1800만명을 예상한다. 1년새 40% 증가하는 셈이다. 2020년 올림픽까지 2000만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 목표는 앞으로 2500만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비자문제를 개선했다. 그동안 중국 사람들 중 일정 소득 이상인 사람만 올 수 있었는데 그 규제를 풀었다. 또 하네다공항을 비롯한 항공규제를 풀었다. 그동안 저가항공은 공항에 못 들어왔는데 일본에 잘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올림픽까지 이것을 어떻게 연결해서 늘려나갈 것인가가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 성장전략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일본 경제의 장점은 일본 국민이 1600조엔의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소득의 4배에 달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일 땐 이 자산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걸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예금을 투자신탁과 주식, 부동산쪽에 흘러가게 했다. 국민들의 저축을 투자상품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NISA(Nippon Indinvidual Saving Account)란 제도를 만들었다. NISA는 비과세 투자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투자원금 100만엔 한도에서, 주식 등에 투자한 자금의 차익과 배당 등에 대해 최장 5년간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이것을 통해 일반 개인의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 GPIF(연금적립금관리운용)가 130조엔 규모인데 국채만 투자할 수 있던 것을 주식이나 해외쪽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우체국 기금과 각 기업 연금 등도 움직이기 시작해 금융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주식이 오르고 있는 원인 중에 하나다.

중요한 것은 돈을 쓰는 투자인데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용해 투자와 M&A(인수합병)을 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맞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 법인세를 낮출 계획도 갖고 있다. 5년안에 6%포인트를 더 낮출 계획이다. 법인세가 낮아지면 전체적으로 경기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경제지표가 좋다보니 일본이 20년 장기불황을 통과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지금 일본은 장기불황 터널에서 나오는 도중이다. 빛이 보이고 있고 또 언젠가는 반드시 빠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커다란 관문이 2개 있다. 하나는 2017년 4월 소비세 인상이다. 그때까지 경기를 향상시켜 물가상승률을 2%로 만드는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2015~2016년 어디까지 성과를 낼 수 있는가가 핵심 포인트다. 두 번째는 2020년 까지 기초재정수지(Primary balance)를 흑자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의료지원과 연금, 개호(간병) 등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게 정책의 가장 큰 과제다. 경기를 회복시키면서 재정적자를 해소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지금부터 큰 과제다.

- 한국이 일본 아베노믹스를 주목한다. 한국이 20년 격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보나.
▶ 1997~1998년 외환위기때 한국은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당시 각종 개혁(재별재편, 정보통신개혁, FTA(자유무역협정) 등)을 잘 했고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지금은 안정적 개혁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선진국이 됐지만 선진국으로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개척을 해야 한다. 한국은 너무 제조업에 치중하고 있다. 제조업이 고용의 원동력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선 서비스산업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아직은 서비스산업이 약하다. 그리고 소득 격차가 문제다. 삼성 사원들은 매우 좋은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별로 좋지 않다. 앞으로 그 격차를 얼마나 해소하면서 질높은 서비스기업을 늘려 고용을 늘리는 것이 한국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커다란 개혁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 이토 모토시게 교수는…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일본의 대표 경제 석학이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와 휴스턴대 교환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3년부터 도쿄대 경제학부와 동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위원으로 일본재건부흥추진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간위원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오부치 내각에선 ‘경제전략회의’, 모리 내각에선 ‘IT전략회의’ 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디지털 경제,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라, 비즈니스 경제학 등이 있고 한국에도 소개된 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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