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주인공 팬택, 24년 끝내 막 내리나(종합)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5.05.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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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벤처→워크아웃 극복→국내 스마트폰 2위…3차례 매각추진 실패…법원, 청산결정 불가피할 듯

팬택 사옥팬택 사옥


팬택이 법정관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10개월을 기다렸지만 팬택의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기업 파산이다. 법정관리 폐지를 확정하기 까지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기간 2주가 남아있다. 2주 안에 인수자가 등장하는 기적은 일어날까.



팬택은 26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인수희망 기업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를 유지할 운영자금도 동이 난 상태. 법원은 조만간 팬택의 기업 청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팬택의 지난해 총자산은 총 2685억 원이며 부채는 9962억 원이다.



◇팬택 새 주인은 끝내 없었다

1991년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창업한 팬택은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한 때 세계 7위의 판매고를 올리며 직원 수 4000 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2011년 무사히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도 불렸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 애플 양강 구도로 고착화되면서 팬택도 심각한 실적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5819억 원에 영업손실 1545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팬택은 지난해 3월 2차 워크아웃을 거쳐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업 매각'이 회사 생존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 해 11월 법원이 공개 매각이 추진됐으나 유찰됐다. 이후 올해 초 미국 자산운용사인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와 수의계약을 진행했지만, 인수대금을 내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지난 4월 2차 공개 매각작업에는 국내 업체 2곳과 미국계 1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이들 모두 실질적인 인수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단, 법원 직권으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팬택은 전 임직원들이 고용승계를 포기하는 등 매각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기울였으나 인수 희망기업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 날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라며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향후 절차는 어떻게

법원이 법정관리 종료를 결정하면 팬택은 곧바로 파산절차에 들어간다.

파산 선고가 나면 2주 이상 3개월 이내에 채권신고를 받고, 4개월 안에 채권자집회가 열린다. 채권자집회에서 채권 변제 등이 마무리되면 법인 해산, 즉 청산이 완료된다.

파산이 선고되면 자산매각을 위한 소수 인원 제외하면 1400명의 임직원도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매각할 자산은 특허권과 김포공장 등으로 1500억 원 정도 평가받고 있다. 매각으로 확보한 돈은 임직원 퇴직금 등 급여와 법정관리 비용 등에 사용되는 공익채권 상환에 우선 사용된다. 잔액은 기존 채권자에게 부채 비율에 따라 돌아가게 된다.

◇협력사 줄도산 '위기'

550여개 팬택 협력사도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팬택 협력사들은 지난해 8월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생산 규모를 줄이자 이들의 경영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팬택의 매각절차가 장기화되면서 550여 협력업체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폐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나머지 팬택 협력업체들도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 협력업체는 팬택이 청산돼도 채무변제의 우선순위에 밀려 청산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60여 협력사들은 '팬택 협력사 협의회'를 결성해 팬택에 공급대금 10~30%를 받지 않기로 결의하는 한편, 정부, 채권단,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팬택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팬택 고객들도 앞으로 AS 서비스를 받는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팬택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전했지만, 파산절차에 돌입하면 사실상 서비스 운영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준우 대표는 "주주, 채권단,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 여러분들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팬택 제품을 사랑해 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고객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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