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25)가 결별을 통보한 김모씨(26)를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지난 18일 충북 제천 한 야산에서 시신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흥분한 이씨는 급기야 지난 2일 오후 11시쯤 서울 관악구 한 오피스텔에서 김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씨는 범행 은폐를 위해 지난 6일 충북 제천 한 야산에서 시신을 암매장한 뒤 경기 용인과 부산 일대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씨는 자살을 시도한 뒤 실패하고 자수했으나 김씨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남성들이 연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불황형 데이트 폭력'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자존감이 낮아진 남성들이 지나치게 여성들에 의존하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1998년 5097건으로 전년 대비 1000건 이상 증가한 후 2000년 8131건을 기록해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후 2003년 8366건, 2006년 9298건, 2009년 1만97건, 2012년 8646건 등 15년 이상 연평균 8000~1만건 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실업이나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애인에게 폭행을 일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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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한 경제력은 미래를 약속한 연인들에게 치명적인 갈등 요소된다"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가 감소세 없이 유지된다는 점은 경기 침체 현상이 일상화됐다는 하나의 지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제적 불안 상태에서는 연인에게 기대면서 안정감을 찾는 '보상심리' 기제가 작동하는데 이별통보를 받으면 반대로 분노가 증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애정과 증오는 대립하면서 동시에 동반하는 감정"이라며 "불황 때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비정상적인 심리기제가 발현돼 한때 사랑했던 연인에게 폭력까지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씨(25)는 지난 6일 오전 충북 제천 야산에서 삽으로 구덩이를 판 뒤 물을 섞은 시멘트와 흙으로 시신을 암매장했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조 교수는 "불황형 데이트 폭력을 줄이려면 경기가 크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실업이나 가계부채 부문에서 경기가 다소 나빠지면 잠재된 데이트 폭력 성향이 증폭되는 '방아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불경기를 타개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더불어 연인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 폭력이 증가했던 IMF 전후 여성들은 자신의 힘든 시간을 대화를 통해서 해결한 반면 남성들은 폭력적 성향을 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여성들도 이성의 말투나 행동에서 과격함이 드러나면 주의를 주고 거절 의사를 분명히 표현해야 한다"며 "혼자 고민하면서 '괜찮아지겠지'하는 소극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가족과 친구에게 알리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