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집회차량에는 '삼성가족 여러분, 불쌍한 영세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이 걸려있다. 바로 옆에는 삼성물산 직원 2명이 '일 좀 하자, 삼성이 봉이냐. 집회소음 그만'이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식당, 덤프, 포클레인, 건설노동자 등 60여개 업체 약 400명이다. 받지 못한 금액은 총 18억4000만원. 삼성물산이 협신에 줄 돈은 2억6000만원.
덤프 운반 일을 하는 양철종 명강산업중기 사장은 "총 5개월 치가 미납됐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 2월에도 경기 안산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하도급자가 부도나 장비·자재비용 등의 55%만 건졌다"고 한숨지었다.
법적으로 원도급자가 2차 협력업체에 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영세업자가 많다보니 건설업체 중에는 일부 돈을 보전해주기도 한다. SK건설은 지난 2월 시흥 배곧신도시 공사현장의 하도급자가 부도나자 2차 협력사들에 공사대금 60~70%를 보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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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 관계자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영세한 1인 사업자가 많아 장비사용료를 보전해줬다. 남아있는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종합건설업체들도 고민이 크다. 자칫 배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지원에 한계가 있다.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건설업체들이 일부 보전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수주 등으로 업체들도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며 "민간건설업체에만 떠넘길 게 아니라 하도급 부도로 인한 협력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돈을 지급하는 대신 '상생' 카드를 꺼내들었다. 2차 협력업체들이 남아 있는 공사분에 대해 하도급자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더이상 돈을 떼일 불안감은 잊고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