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삼성물산 앞 집회 사라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5.05.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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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하도급업체 부도 2차 협력사 '지원' 요구…하도급 고용 '상생' 카드

@임종철@임종철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의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 앞. 오전부터 확성기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집회차량에는 '삼성가족 여러분, 불쌍한 영세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이 걸려있다. 바로 옆에는 삼성물산 직원 2명이 '일 좀 하자, 삼성이 봉이냐. 집회소음 그만'이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지난 15일까지 계속된 모습이다. 집회를 한 사람들은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서울 신길7구역 재개발공사의 2차 협력업체들이다. 지난 3월 하도급자인 협신의 부도로 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원도급자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것.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식당, 덤프, 포클레인, 건설노동자 등 60여개 업체 약 400명이다. 받지 못한 금액은 총 18억4000만원. 삼성물산이 협신에 줄 돈은 2억6000만원.



총액의 약 14%다. 집회에 나온 한 2차 하도업체 직원은 "하도급자를 관리하지 못한 삼성물산에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일정금액이라도 지급해주기를 요청한다. 생존권이 너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덤프 운반 일을 하는 양철종 명강산업중기 사장은 "총 5개월 치가 미납됐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 2월에도 경기 안산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하도급자가 부도나 장비·자재비용 등의 55%만 건졌다"고 한숨지었다.

법적으로 원도급자가 2차 협력업체에 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영세업자가 많다보니 건설업체 중에는 일부 돈을 보전해주기도 한다. SK건설은 지난 2월 시흥 배곧신도시 공사현장의 하도급자가 부도나자 2차 협력사들에 공사대금 60~70%를 보전해줬다.


SK건설 관계자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영세한 1인 사업자가 많아 장비사용료를 보전해줬다. 남아있는 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종합건설업체들도 고민이 크다. 자칫 배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지원에 한계가 있다.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는 건설업체들이 일부 보전해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경쟁 심화에 따른 저가수주 등으로 업체들도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며 "민간건설업체에만 떠넘길 게 아니라 하도급 부도로 인한 협력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돈을 지급하는 대신 '상생' 카드를 꺼내들었다. 2차 협력업체들이 남아 있는 공사분에 대해 하도급자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더이상 돈을 떼일 불안감은 잊고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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