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부사장이 후배 창업가에게 주는 조언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5.05.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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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조언]<22>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 사업 부문 부사장

페이스북 부사장이 후배 창업가에게 주는 조언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 사업 부문 부사장은 세계 최대 전자결제시스템 기업 페이팔의 전 CEO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전문경영인이기 이전에 연쇄 창업가다.

그가 창업했던 에코복스라는 모바일 솔루션 업체가 바로 2011년 페이팔에 인수된 모바일 결제업체 '종'(Zong)의 전신이다. 종이 매각된 뒤 마커스는 페이팔의 부사장 겸 모바일 부문 총괄 매니저로 자리를 거쳐 2012년 페이팔 회장 직에 올랐고 지난해 페이스북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창업가와 전문경영인 등 모바일 사업 부문 전문가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밟아온 마커스는 첫 창업 때 고객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아직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1996년 마커스는 23세의 나이에 스위스에서 통신업체 GTN 텔레콤을 창업했다. 당시 스위스에선 최초로 시내 전화(Local call)와 장거리 전화(Long distance call)에 모두 고정 요금제를 매겨 통신비를 최대 30%까지 낮춰주는 통신 서비스를 실시했다. GTN 성공을 자신했던 마커스는 어느 날 매 달 국제전화에 수십만 달러를 소비하는 회사의 대표와 서비스 계약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 마커스는 "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GTN의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하지만 대표의 반응을 싸늘했다. 그가 기대한 어떤 흥분이나 열성적인 반응 대신 침묵만 흘렀다. 대표는 잠시 뒤 얼굴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내게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의미 있는 가치를 줄 수 없다면 내가 바꾸도록 만들지 마세요"

대표는 GTN의 국제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5개의 숫자 다이얼을 새롭게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내 직원들은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번 번거롭게 5개의 숫자 다이얼을 눌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새 서비스에 적응하며 겪게 될 번거로움은 명확하지만 그에 반해 GTN이 약속하는 30%의 비용 절감은 확실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커스는 "그 대표는 내가 알지 못했던 GTN 서비스의 약점을 짚어냈다"며 "사람들은 어떤 것이 획기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주지 않는 이상 오랜 습관을 절대 고치려 들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마커스는 대표의 비판을 받아들여 국제전화를 걸 때 다섯 개의 다이얼이 자동으로 걸리도록 하는 기술을 추가해 계약을 따냈다. 이 기술은 더불어 여러 대형 회사들과의 계약이 성사되도록 만들었고 마커스는 2000년 GTN을 대형 통신업체 월드 액세스에 매각하며 그의 첫 창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마커스는 "'획기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줄 수 없다면 고객이 기존 습관을 바꾸도록 만들 수 없다'는 조언은 이후에도 내가 사업을 이끌어 갈 때마다 큰 조언이 돼줬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 신제품을 개발할 때,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했다고 역설했다.

"이 제품·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기존 습관을 바꿔야만 한다면 과연 우리 회사는 그에 보답이 될 만큼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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