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짜리 침대' 뭐가 달라? 직접 누워보니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15.05.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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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저가 매트리스 vs '3000만원' 씰리 '크라운 쥬얼'

씰리의 3000만원짜리 최고급 라인 '크라운 쥬얼' 이미지/사진제공=씰리코리아씰리의 3000만원짜리 최고급 라인 '크라운 쥬얼' 이미지/사진제공=씰리코리아


"3000만원짜리 침대는 과연 다를까"

국내에서 현재 시판중인 침대 중에서 가장 비싼 제품의 가격은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국산 중형차에 맞먹는 가격이다. '과연 침대에 이런 거금을 투자해야할까' '그 정도 값어치를 할까' 등등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9년째 국내 한 업체에서 만든 100만원짜리 침대를 알뜰하게 쓰고 있는 기자가 직접 3000만원짜리 침대를 써봤다.



◇첫 대면, 크기와 높이 압도=드디어 3000만원짜리 침대가 도착했다. 장인이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씰리침대의 최고급 라인 '크라운 쥬얼' 이다. 국내에는 2013년 겨울에 출시했는데 판매량은 아직 많지 않아 비공개라고 한다. (물론 산 건 아니고 체험을 위해 업체의 협조를 받았다. 자동차 기자들이 시승기를 위해 억대 자동차를 타보는 것은 다반사지만, 아마도 가구담당 기자가 3000만원짜리 침대를 써보는 호사는 이번이 처음일 듯 싶다.)

'크라운 쥬얼'을 첫 대면했을 때 우선 크기와 높이에 입이 떡 벌어졌다. 높이는 하단 매트리스와 크라운쥬얼 매트리스를 포개놓으면 1미터가 훌쩍 넘는다. 170㎝ 키의 성인이 침대 옆에 서면 골반 높이에 달한다. 잠자리에 '눕는다'는 말보다 침대에 '오른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매트리스를 가져온 기사님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마디 하신다. "이 매트리스 100KG가 넘는 것 같아요." 두툼한 매트리스 안에는 2중 스프링과 라텍스, 양모. 천연섬유소재까지 충전재가 빽빽하게 들어 찬 까닭이다.

매트리스 상단 표면은 일반 매트리스의 3~4배 가량 울룩불룩하다. 손으로 꾹 눌러보니 10㎝도 넘게 푹 들어간다. 두툼한 매트리스 위로 '올라가면' 매트리스가 출렁인다.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움직일 때 마다 푹신한 쿠션감이 느껴진다. 기존에 쓰던 침대에선 결코 맛볼 수 없었던 느낌이다.

◇낯설지만 편안한 이 느낌은?=매트리스에 완전히 누우면 처음엔 마치 몸이 침대 안으로 파묻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매트리스는 마치 거푸집처럼 몸의 모양에 맞춰 몸 전체를 감싸준다. 그렇다고 그냥 푹신푹신한 것만이 아니라 쿠션 바로 아래층의 탄탄한 스프링 매트리스의 지지도 느껴지면서 몸을 받쳐주는 듯하다. 전날 밤까지 쓰던 저가형 국내 매트리스는 딱딱한 편이라 사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체험 첫 날밤은 그런 낯설음에 몇 번을 뒤척이다 잠들었다.


'크라운 쥬얼'을 일주일 가량 사용하자 미세한 차이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우선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면 매트리스는 마치 숨을 쉬는 듯 다시 봉긋 올라와 새로운 자세에 맞게 변했다. 신체 부위별 무게에 따라 매트리스가 지지해주는 정도도 달라서 예전엔 오랜 시간 누워있으면 목이나 엉덩이, 종아리 등이 저리곤 했는데 확실히 그런 일이 없어졌다.

'3000만원짜리 침대' 뭐가 달라? 직접 누워보니
'귀차니스트'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주말시간. 오후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엎드린 채 노트북으로 몇 시간 씩 작업을 해도 예전처럼 몸이 뻐근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이래서 이렇게 비싼 침대가 나오는 것일까. 몸도 침대에 적응했는지 하루 종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날이면 이전처럼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땡기기보다는 빨리 집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정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그 '맛'=3주가 지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크라운 쥬얼'을 떠나보냈다. 다시 기존의 익숙한 침대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어본 부모님이 한 마디 하신다. "예전 그 침대가 있을 땐 무슨 공주 방 같더니…."

고급 자동차를 타보면 그 미세한 차이가 주는 '맛'에서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다고들 한다. 자동차를 담당했던 기자들의 열에 아홉은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좋은 자동차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 직접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단순한 '겉멋'을 넘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 있는 듯하다.

침대 또한 '뭐라 말로는 100%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미세한 차이가 주는 맛이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물론 아직 3000만원짜리 침대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오늘도 100만원짜리 저가 침대에 몸을 뉘여야한다. 3주간의 호사스런 체험은 그래도 깨고 싶지 않은 '단꿈'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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