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생존의 네가지 필수 조건

머니투데이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2015.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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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스콧과 아문센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처음으로 남극을 탐험한 사람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아문센은 살아서 남극을 정복했고 스콧은 남극에 도달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 했다. 이러한 차이는 짐 콜린스의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 (Great by Choice)'에서 다루었듯 철저한 준비와 전략의 차이가 생존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최근 헬스케어가 창업 유망 아이템으로 부각되면서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려는 스타트업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료산업 분야 보다는 파괴적인 의료 혁신을 추구하는 디지털·모바일 헬스케어에 투자자이 몰리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늘어 나는 추세다.

그러나 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IT(정보기술) 등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기·서비스 등이 의료용으로 사용되려면 의료 관련 인증, 의료인들의 폐쇄적인 네트워크 등 넘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남극 탐험과 비견될 정도로 생존 게임에 가깝다.



헬스케어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현재 개발하려는 기기·서비스가 명확히 의료용으로 분류가 되는지 아니면 일반용인지 구분해야 한다. 최근 손목에 차는 스마트 기기가 심장 박동을 재는 것을 두고 의료기기로 볼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디지털 헬스 기기·서비스는 명확히 의료용과 일반용으로 나누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의료인과 관련 컨설팅 기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문의해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행히 일반용이라면 기존 창업 규칙들을 따르면 된다.

둘째, 반드시 의료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 청진기, 뇌파검사기, 신장 투석기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의사들이 직접 개발한 의료기기라는 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의료기기들은 의료인이 직접 개발자 혹은 팀원으로 활약해 개발과 임상 적용 사이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 의료인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많은 의료기기·서비스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고도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되는 것이 좋은 제품이다.

셋째, 제품의 설계·개발·인증·양산·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서 의료인들이 직접 관여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의료기기 인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인증서를 딴다는 개념이 아니라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개발·양산·마케팅 등 모든 체계를 인증에 맞추고 이를 검증하고 심사해서 의료기기를 생산할 자격을 준다고 보면 된다. 조금만 수정해도 보완 인증을 받거나 심하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개발 중에 이전 단계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개발 능력이 있는지, 개발팀과 개발비 등의 자원을 어떻게 꾸릴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기·서비스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개발 기간이 길다. 예컨대 대기업이 5년간 수백억원을 들여 의료기기·서비스를 개발한 일은 놀랄 일도 아니다. 분명 처음부터 충분한 인력이나 자금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요소 요소마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점검을 받아 그 단계에 맞는 인력을 확보하고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와 같은 생존 기술들을 익혀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왜 힘들게 도전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스타트업은 오히려 잃을 것이 없으니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문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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