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외국인과 한옥체험…영어마을 따로 없네

머니투데이 안동(경북)=김유경 기자 2015.04.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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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의 한옥 여행]<3>경상북도 안동시 '지례예술촌'

편집자주 지방관광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체험 숙박시설이 2010년 이후 매년 150여곳씩 증가해 2014년12월 기준 964곳에 이른다.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부터 우수 한옥체험숙박시설 인증제인 '한옥스테이'를 도입했다. 관광공사가 선정한 한옥스테이와 명품고택은 총 339곳. 이중에서도 빛나는 한옥스테이(http://hanok.visitkorea.or.kr)를 찾아 한옥여행을 떠나본다.

안동 지례예술촌 전경/사진=김유경기자안동 지례예술촌 전경/사진=김유경기자


경상북도 안동터미널에서 지례예술촌으로 가는 초행길은 한마디로 '탐험'이었다. 차로 한 시간여 굽이굽이 올라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강원도 대관령 옛길이 연상될 정도다. 심지어 일부 구간에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돼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 게 실감난다. 하지만 가는 길이 결코 싫지 않다. 임하댐을 만들면서 생긴 산속 호숫가를 따라 가기 때문에 여행객의 눈은 즐겁기까지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나무 숲 사이로 빼꼼 드러나는 푸른 기와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해피선데이 '1박 2일' 촬영지이기도 한 지례예술촌(경상북도 안동시 임동면 지례예술촌길 427)은 애기산을 뒤로하고 임하호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이다.

지례예술촌이 처음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건 아니다.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안동시 임동면 지례리가 수몰될 처지에 놓이자 지례예술촌 촌장이자 시인인 김원길 씨(74)가 1986년부터 수몰지에 있던 의성김씨 지촌파 종택과 제청, 지산서당 등 문화재를 비롯해 건물 10채를 마을 뒷산 중턱에 옮겨왔다.



임하호 속으로 사라진 안동 지례마을을 잊지 않기 위해 '지례예술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게 김 촌장 설명이다. 그는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지촌 김방걸의 후손들이 350여 년 동안 살았던 집성촌으로 1945년 해방 무렵 전성기에는 6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마을 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촌장은 김방걸 선생의 13대 종손이다.

김방걸 선생의 13대 종손인 김원길 지례예술촌 촌장이 문화재 지산서당에서 임하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유경기자김방걸 선생의 13대 종손인 김원길 지례예술촌 촌장이 문화재 지산서당에서 임하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유경기자
지금은 김원길 촌장 부부만 자연과 더불어 종택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총 14개의 온돌방을 한옥체험을 위해 내놨는데 가격은 7만~20만원으로 다양하다. 조식은 8000원, 석식은 1만원. 안동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집밥 메뉴 중 대표적인 '시래기콩가루국'과 고춧가루와 무를 넣은 '안동식혜'를 맛볼 수 있다.

김 촌장은 "고택을 보존하려면 누군가 살면서 관리를 해야 된다"며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에 비가 새도 발견하지 못해 쉽게 썩거나 무너질 수 있어 보존을 위한 실내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문화재인 고택 내 화장실 설치를 부단히 주장해온 이유다.


지례예술촌에선 영어와 일어, 중국어, 불어 등 4개 국어가 통용된다. 그래서 연간 3000명의 숙박객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이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건 역시 깜깜한 밤에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는 것.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옷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옷깃을 여미고 랜턴까지 챙겨야 화장실을 갈 수 있다.

김촌장은 "문화재인 고택 실내에 화장실을 들이는데 25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올해부터 문화재 건축물 실내 구조변경에 대한 규제가 풀려 지례예술촌에서도 실내 욕실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화장실에 집착하게 된 건 단지 외국인 때문만은 아니다. 화장실을 방안에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게 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례예술촌이 단순히 고택체험 장소가 아닌 예술을 향유할 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그에게 한 달 동안 집필공간이 필요하다며 소설가 김용 씨가 찾아왔다. 문제는 화장실. 방에서 집중해서 글을 쓰다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면 흐름이 깨져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 결국 김용 씨는 며칠을 지내지 못하고 떠났단다.

원로 평론가 박용구씨가 지례예술촌의 단골손님이고 소설가 한수산씨, 무용가 등 각계 예술가들이 종종 찾는 곳이 지례예술촌이다.

김촌장은 "체험에도 격이 있다"며 "이곳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힐링에 있어 최적의 장소이자 시서화 등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고택"이라고 자부했다.

안동 지례예술촌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임하호 전경 /사진=김유경기자안동 지례예술촌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본 임하호 전경 /사진=김유경기자
실제 지례예술촌에서는 방안에 있어도 야외에 있는 듯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방문을 열어놓으면 맑은 산 공기가 들어오고 푸른 하늘과 호숫가가 그대로 살아있는 액자가 돼 바라보는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여름이면 호수에서 배를 탈 수도 있고 옥수수를 따서 쪄먹을 수 있다. 겨울에는 그야말로 펄펄 끓는 아궁이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다. 군고구마 까먹는 재미는 덤이다.

특히 연간 13회 지내는 지촌종가 제사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내 오는 절차를 볼 수 있다. 제사 후 음복(떡, 술, 과일 등)은 무료로 제공돼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까지 맛볼 수 있다. 올해 남아 있는 제사는 양력 기준으로 △5월4일(월) △5월24일(일) △6월17일(수) △9월5일(일) △9월22일(화) △10월9일(금) △10월11일(일) △10월31일(토) △12월4일(금)이다.

깊은 산속 외국인과 한옥체험…영어마을 따로 없네
☞경북 안동시 지례예술촌 여행팁

▶ 방 선택 방법 = 지례예술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은 다른 방들과 독립돼 있는 지산서당이다. 지촌종택 동사랑방은 소설가 김용씨가 머물었던 곳으로 별도의 화장실이 있는 게 장점이다. 서적 정리, 정원 가꾸기, 일손 돕기 등 근로봉사를 하면 숙식비를 깎아준다.

▶ 체험 = 계절 따라 지천으로 열리는 산딸기, 오디, 매실, 옥수수, 밤, 감, 호두, 대추 그리고 두릅, 고사리, 송이, 표고버섯 등을 따는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다. 계곡에서 낚시, 물놀이와 야영, 오토캠핑도 가능하다. 시서화, 서예 체험도 가능하다.

▶교통 = 동서울터미널과 안동터미널을 오가는 직행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39회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50분정도. 숙박 예약시 요청하면 안동터미널에서 픽업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북 안동 지례예술촌으로 들어가는 솟들대문 /사진=김유경기자경북 안동 지례예술촌으로 들어가는 솟들대문 /사진=김유경기자
소설가 김용씨가 머물었던 지촌종택 동사랑방(왼쪽). 낮은 담장 뒤로 지산서당이 보인다. /사진=김유경기자소설가 김용씨가 머물었던 지촌종택 동사랑방(왼쪽). 낮은 담장 뒤로 지산서당이 보인다. /사진=김유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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