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화두는 'IT·의학·바이오' 융합, 그 의미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5.03.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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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 성장동력으로 '융합' 제시..사물인터넷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 노릴 듯

이재용의 화두는 'IT·의학·바이오' 융합, 그 의미는?


본격적인 '글로벌 그룹경영'의 시동을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IT·의학·바이오'의 융합과 관광 및 문화산업을 지목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7일 중국 하이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보아오포럼 이사 교류 만찬'에서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고령화는) 경제 활력 저하, 연금 부담과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의료, 관광, 문화 산업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은 IT, 의학(Medicine), 바이오(Biologics)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조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주요 산업의 기틀을 세웠고, 부친 이건희 회장이 그룹의 각 사업들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 '3세대' 삼성을 책임진 자신은 기존 사업분야간의 창조적 '융합'을 통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부회장이 지목한 아이템들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사업들이다. 경영전략의 본질이 기업이 보유한 자원(Resource)과 역량(Capability) 내에서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작업임을 감안할 때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전이다.

IT의 경우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삼성전자가 중심에 있다. 부품 및 세트(완제품)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삼성의 IT사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학, 바이오 사업도 최근 삼성이 전략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삼성은 지난 2011년 바이오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바이오 사업에 나섰다.


삼성은 △생산시설 구축 및 의약품 위탁 생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 개발, 생산 △바이오신약 개발, 제조 등 3단계 전략을 세웠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이미 2단계에 진입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개발전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이오시밀러의 생산,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문하는 형태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판매하는 구조다. 업계는 삼성 바이오 사업의 빠른 진행 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의료원의 치료 사업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삼성메디슨의 의료기기 사업을 연계하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고객에 대한 니즈를 경쟁사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제 관건은 해당 사업들을 어떻게 '융합'해 '혁신'을 이끌어 내느냐다. 엄밀히 말해 융합 대상인 IT, 의학, 바이오 3개 요소 중 삼성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분야는 IT 하나다. 삼성은 아직 글로벌 '톱'에 도달하지 못한 나머지 2개 분야를 세계 초일류 수준인 IT와 같은 용광로에서 녹여 '1등 DNA'를 고루 섞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힌트' 하나를 제시했다. 그는 "융합을 통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적 사업 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이 최근 주력으로 밀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오는 2017년까지 자사 제품의 90%, 2020년에는 모든 제품을 IoT로 연결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IT와 바이오산업의 융복합화를 기반으로 의료관광 및 한류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화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IoT시대가 본격화되면 삼성 TV나 스마트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궁극적으로 '삼성 플랫폼' 유저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전자시장에서 삼성의 지위를 감안할 때 예상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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