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아줌마' 찾는 노인들 "굶고 외로운 상황 정부는 몰라"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강기준 기자, 안재용 기자 2015.03.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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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찰 집중 단속 '문화유적지 대책 일환'…엇갈리는 노인들 반응

서울시내 한 공원의 어르신들. 2015.1.21/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공원의 어르신들. 2015.1.21/사진=뉴스1


"박카스 아줌마(노인들을 상대로 음료를 권하며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살살 돌아다니면서 돈냄새 나는 할아버지를 물색해. 돈 있는 것 같은 할아버지가 보이면 딱 옆에 앉아서 살살 애교를 부려가면서 놀고 가라고 하는거야."



"60~70대 먹은 노인들이 박카스 아줌마를 주로 만나. 팔십이 넘어가면 그것도 힘들지. 나는 생생해서 아직도 가끔 만나. 젊은 사람 못지 않다고 자부해."

최근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하며 일명 '박카스 아줌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8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종로구 종묘와 탑골공원 일대에서 만난 60~80대의 노인들은 젊은 세대 못지않게 성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종묘공원에 15년째 드나들고 있다는 윤모씨(81)는 "사람의 성욕이라는 게 나이 불문이다"라며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여든셋 나이에도 아직도 박카스 아줌마를 만나고 다닌다"고 말했다.

윤씨는 종묘에 박카스 아줌마 외에도 그냥 몸만 파는 아줌마, 술 파는 아줌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와 대화중 근처를 지나가는 한 중년여성을 가리키며 "저 아줌마는 몸만 파는 아줌마"라며 "딱 보면 다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씨는 "공원에는 남성애를 하는 노인들도 있다"며 "돈을 받는 건 아니고 서로 좋아서 하는데 장기판이나 바둑판 옆에서 기웃거리다가 눈이 맞곤 한다"고 덧붙였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씨(73)는 "안사람이 있다고 (성매매를)안 하는 건 아니지만 이혼하거나 할머니가 먼저 가 혼자 된 사람이 박카스 아줌마를 찾는 사람이 많다"며 "젊으나 늙으나 똑같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실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있겠나"라면서도 "성적인 것도 있지만 자식들이 안 찾아오고 할머니도 없다보니 사람사는 정도 느끼고 그러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성매매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김모씨(62)는 "요즘 박카스 아줌마들을 좀 단속하는 것 같은데 나는 찬성이다"라며 "총각 때부터 종로만 나오면 여자들이 놀고 가라고 난린데 가면 병에 걸릴 것 같아 단 한번도 간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곁에 있던 또 다른 김모씨(52)는 "정부에서 단속만 할 게 아니라 노인들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십몇년씩 가족도 없이 혼자 지내면 말벗도 필요하고 치맛자락만 봐도 호기심이 생긴다"며 "우리처럼 굶고 힘없고 외로운 상황을 정부나 요즘 젊은이들은 모른다"고 한탄했다.

최근 경찰은 종묘 인근 노인 성매매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2일부터 1달동안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및 종로3가 일대를 단속해 성매매 혐의로 김모씨(68·여)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집중 단속의 이유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종묘공원과 인근 일대가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나 음주폭행 등 무질서로 공원의 기능을 상실해 해당 지역을 단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보건소에 '노인 전용 전문 성 상담소'를 개설했다. 부산진구는 지난 2일 보건소 2층 병리검사실 옆에 전문인력과 검사 장비 등을 배치해 65세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노인 전용 전문 성 상담소'를 개설했다.상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구 접수를 따로 거치지 않고도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2015.02.09/사진=뉴스1 부산진구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보건소에 '노인 전용 전문 성 상담소'를 개설했다. 부산진구는 지난 2일 보건소 2층 병리검사실 옆에 전문인력과 검사 장비 등을 배치해 65세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노인 전용 전문 성 상담소'를 개설했다.상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구 접수를 따로 거치지 않고도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2015.02.09/사진=뉴스1
단속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인 성문제 강사로 활동중인 이금애 팔달문 여성문화센터장은 "노인이라 하더라도 성적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이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라며 "노인들은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이 없다 보니 성매매로 이어지고 이는 성병 문제로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종묘공원 단속도 유네스코 문화유적지에 대한 대책일 뿐 노인 문제를 근본적 시각에서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며 "복지 등 노인대책이 방만하다보니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노인 자살율이 최고로 높다"고 말했다.

노인 성교육과 노인 성상담사, 성교육사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노인 성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경기도청의 이은숙 주무관은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은 성관계 등 생리적 측면에 집중되는 반면 노인 성교육은 스킨십을 통한 교감 등 성생활의 보다 넓은 측면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은 "노인들의 경우 서로 관계를 맺음에 있어 권위주의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대화를 통해 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통해 노인들의 성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주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노인의 성이 '주책스러운'것이라는 등 부정적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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