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사장의 '뚝심', 역발상으로 판매량 3배 늘린 사연은?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5.03.31 06:00
글자크기

업계 최초 방수기능 삼홍테크 '방수비데', 판매량 고공행진… 루브르박물관 납품도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사진제공=삼홍테크권지혜 삼홍테크 대표/사진제공=삼홍테크


'당연히 방수가 돼야하는 것 아닌가?'

물과 뗄 수 없는 공간, 화장실에 설치되는 전자제품이 물에 취약하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난센스'였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방수가 되면 물론 좋겠지만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럴수록 의구심은 커졌다. 물에 빠뜨려도 멀쩡한 핸드폰까지 개발돼 나오는 마당에 화장실에 놓인 비데를 물청소할 수 없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깐깐한 주부의 생각은 확고했다. 권지혜(41) 삼홍테크 대표가 업계 최초로 방수성능을 갖춘 전자식 비데인 '방수비데'(IS-12)의 개발에 뛰어든 배경이다.



그는 우선 방수비데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최신 방수 핸드폰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어떠한 원리로 방수가 되고, 실생활에 지장이 없으려면 어느 수준까지 돼야하는지 철저한 조사 끝에 방수등급 'IPX5'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IPX5는 비데의 360도 방향에서 3분 이상 물을 뿌려도 작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때 부여되는 등급이다.

◇'불편한데 왜 안 바꿔?'…무모한 도전길에 오르다



'왜?'에서 출발한 이 무모한 도전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권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풀어야 하는 근원적인 문제라는 판단에서였다. 드디어 지난해 11월 말 방수비데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출시 초기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불러모은 방수비데는 온라인 전용 모델로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실제로 방수비데가 본격 판매된 12월, 40개수준이던 1일 평균 판매량이 이달에는 평균 80개로 100% 증가했다. 덕분에 삼홍테크의 온라인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 평균 판매량 4500개를 기록하며 방수비데가 출시되지 않았던 전년 동기의 1500개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삼홍테크 관계자는 "워낙 잘 팔리다보니 온라인 채널측에서는 기존 판매모델 대신 방수비데만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며 "현재 온라인 매출의 80%이상이 방수비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수비데의 인기에 힘입어 삼홍테크는 올 상반기 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방수비데를 판매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매출 목표치도 전년(290억원)대비 30% 성장한 380억원으로 잡았다. 삼홍테크가 지난해 기록한 전년비 매출 성장률(14%)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저가 경쟁이 치열한 국내 비데시장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그 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깐깐한 안목'과 '과감한 선택'으로 대박행진

사실 권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적자기업 삼홍테크를 인수할 때가 대표적이다. 2010년초 아이에스동서의 임원진들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삼홍테크 인수를 놓고 망설였다. 당시 아이에스동서의 마케팅실장으로 있던 그는 당당히 '예스'를 외쳤다. 국내 최초로 비데를 개발해 유럽 명문 비데업체들에 주문자상표부착(OEM)생산 납품을 했던 삼홍테크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모기업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대표의 맏딸인 그는 아이에스동서가 삼홍테크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레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껏 권 대표가 보여준 객관적인 성과와 수치는 '오너 2세 경영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권 대표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삼홍테크의 비데를 납품하는 쾌거를 이뤘고, 경영 2년차에 3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권 대표는 "'당연히 안 된되는 것'이라는 업계 통념을 깨고, 역발상을 통해 도전할 때 비로소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홍테크의 방수비데/사진제공=삼홍테크삼홍테크의 방수비데/사진제공=삼홍테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