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주식투자에서 실수가 적은 이유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 대학 경영학 조교수 2015.03.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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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이야기]<12>공격적인 운전은 사고날 확률이 높다

편집자주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작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4년 세계성차별보고서는 여성들의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 정도, 정치참여, 그리고 건강지수의 네 항목을 중심으로 남녀 사이의 격차를 수치화한 후 국가별 순위를 매겼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총 142개 국가 가운데 20위를 기록했지만 유사직업에 대한 임금평등 분야에서는 65위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남녀평등이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미국도 남녀간 임금격차에 있어서는 중간 정도의 순위 밖엔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매우 흥미로운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00년 이후로 모든 학위수준에 있어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 미디어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학사학위 소지자의 57퍼센트, 석사학위 소지자의 60퍼센트, 그리고 박사학위 소지자의 52퍼센트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여성들이 교육 수준에서 남성을 추월하고 있는데 과연 여성들이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지난 달 CNN머니에서는 여성 투자자들의 투자행태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기사를 다루었다.



베테랑 부동산 전문가인 캐린 에프론은 2009년 여성들이 스스로 재정을 관리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Go Girl Finance라는 웹사이트를 시작했다. 그녀가 이 웹사이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우연히 목격한 그녀의 대학생 아들, 딸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사이에 벌어진 토론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에 이어진 대화는 활발한 의견교환의 장이었지만 일단 주제가 주식과 투자로 바뀌자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젊은 여성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피델리티증권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10명중 8명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조차도 그들의 재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약 77퍼센트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의사와 논의 할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하지만 돈과 투자에 대해 논의할 때는 자신감을 보인 여성들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결과는 에프론이 그녀의 식탁에서 경험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이다. 피델리티 개인투자의 회장인 케이씨 머피도 여성들이 이룩한 모든 진보에도 불구하고 재무계획과 관련한 능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들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가 실제 투자성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놀랍게도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본인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버클리 하스 경영대학 교수인 테렌스 오딘은 남성과 여성들의 주식투자 행동을 연구해왔는데 1990년대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45퍼센트 정도 더 빈번히 거래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남성들의 과신의 탓으로 돌렸는데 실제로 남성들은 더 빈번한 거래로 여성들보다 1퍼센트 포인트 낮은 평균수익을 얻었다.

또한 피델리티증권의 자료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과는 달리 위험한 데이 트레이딩(당일치기)을 하거나 은퇴자금을 완전히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반면에 포트폴리오를 주식, 채권, 그리고 다른 투자대상에 잘 분산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남녀간의 투자태도의 차이는 투자결과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지난 10년동안 남성과 여성들의 수익률 중간값(median)은 각각 7.3퍼센트와 7.4퍼센트였는데 여성들의 포트폴리오 위험도가 훨씬 낮았다. 즉 여성들은 훨씬 더 적은 위험을 안고 동일한 수익을 올린 셈이니 남성들에 비해 이상적인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의외로 여성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공격적인 투자를 지양하고 투자의 정석인 분산투자를 추구하게 함으로써 남성들 보다 높은 투자성과를 내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너무 공격일변도의 투자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무래도 공격적일수록 실수를 많이 하게 마련이다. 보통 자동차보험에서 25세 이하 남성들의 보험료율이 높은 이유는 이 연령대의 남성 운전자들이 공격적으로 운전하기 쉽고 따라서 실수를 많이 해 그만큼 사고가 나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에서 결국 최후의 승자는 누가 더 적은 실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맥락에서 여성들의 주식 투자행태를 되새겨보는 것은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할 수 있다.

/사진제공=김재훈 박사/사진제공=김재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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