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 숨긴 이 '짐승'의 은유와 상징 느껴보실래요?"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5.03.25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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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시인의 '문인화전' 4월1~7일 인사아트프라자에서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나무그림자와 벽'. /사진제공=김주대<br>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나무그림자와 벽'. /사진제공=김주대


“그의 시선은 별거 아닌 것들, 보잘 것 없는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소소하고 미미한 것들을 향해있다. 그러나 그 별 거 아닌 것들을 둘러싼 것들을 아주 크게 그림으로써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작게 만들고 보잘 것 없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다. ‘작다는 건 응축된 것이기에 작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려는 것일 게다.”(이진경 교수)



“그야말로 ‘아주 특별한 문인화’다. 시인의 짙은 페이소스를 담은 시들과 섬세한 붓의 터치가 일품이다. ‘감동스럽다’는 말이 사전을 떠나 시인의 그림을 만나며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이시영 시인)

작은 것의 특별한 촉감을 잃지 않는 김주대 시인이 오는 4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두 번째 문인화전을 연다.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부녀'. /사진제공=김주대<br>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부녀'. /사진제공=김주대
1989년 ‘민중시’, 91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주대 시인은 그간 머니투데이를 비롯한 일간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독특한 문인화를 꾸준히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이미 시집 ‘도화동 사십계단’과 ‘그리움의 넓이’로 문학성을 인정받은데 이어, 지난해 한국문화 사상 처음으로 소셜펀딩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한 그다.

이번 문인화전에서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보여준 문인화 60여점을 공개한다. 김 시인은 문인화를 ‘또렷이 감촉할 수 있는 구체적 사물’이라고 정의한다. 문인화 속 그림이 시에 대한 보완재나 장식물이 아니라 시와 만나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사랑해'. /사진제공=김주대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사랑해'. /사진제공=김주대
그에게 시와 그림은 불과 기름처럼 만나면 서로 폭발하며 타오르는 감각적 사물인 셈이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대상이 은은한 힘을 지닌 것도 그 외피에 숨겨진 내면의 응집력 때문.

벽에 그림자를 그려 넣은 ‘나무 그림자와 벽’, 귀를 도형화해 귓속에 소녀를 그려 넣은 ‘부녀’, 석탑에 뿌리내린 작은 풀을 그린 ‘우리동네 석탑에는 칸트가 산다’ 등 이색 주제로 쓴 시와 그림은 식상하고 획일적인 현대인에게 작은 쉼터 같은 공간을 제공한다.

전영관 시인은 “직관이라는 송곳니가 날카로운데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은유와 상징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짐승이 김주대”라며 “이번 전시는 봄을 맞아 이 ‘짐승’의 송곳니가 깊숙이 들어오는 황홀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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