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100세 시대, 은퇴할 때 '28억' 필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3.15 08:3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85>금리 1%, 100세 시대 은퇴자금 마련법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누리려면 얼마의 은퇴자금이 필요할까?

저마다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는 다르겠지만, 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수명이 100세로 늘어나는 시대에선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은퇴자금 액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운용회사인 레그 메이슨(Legg Mason)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퇴를 대비해 모아둔 자금이 적정 은퇴자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그 메이슨이 약 460여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적정 은퇴자금 규모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평균 28억 원 정도는 있어야 은퇴 후에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들이 현재 퇴직연금 등 은퇴자금으로 모아둔 저축액이 고작 평균 4억 원 정도여서 이들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무려 약 24억 원을 추가로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에게 원하는 나이에 은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고작 40퍼센트만이 “매우 자신있다”고 대답했을 뿐 나머지는 현재 모아둔 은퇴자금과 희망하는 은퇴자금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커서 자신들이 원하는 나이에 은퇴할 수 있을지 여부에 사뭇 자신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레그 메이슨의 투자자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나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보험사인 피델리티(Fidelity)에 따르면, 사람들의 평균 퇴직연금 잔액은 약 1억 원에 불과해 레그 메이슨 투자자들의 4분의1 수준에도 못미쳤다.

그렇다고 레그 메이슨 투자자들이 돈 걱정을 적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하루에 돈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은 평균 1시간20분으로 1년으로 치자면 밤낮 꼬박 20여일을 돈 걱정하며 지내는 셈이다. 이들이 보통 미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은퇴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도 돈 걱정만큼은 보통 사람보다 적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현재 모아둔 은퇴자금과 미래 희망 은퇴자금 사이의 괴리 때문에 이들 가운데 72 퍼센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으로 생활 패턴을 아예 변경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42 퍼센트는 앞으로 소비 생활을 줄여 모아둔 은퇴자금이 곧 바닥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답했다.

물론 레그 메이슨의 설문 조사 결과처럼 편안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다 28억 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각자 얼마의 은퇴자금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은퇴 후 25년을 더 산다고 가정해서 그 기간 동안 은퇴자금이 마르지 않으려면 최소한 은퇴 전 연봉의 8배 정도는 은퇴자금으로 마련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퇴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 이것도 정확하지 못하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처음 몇 년 간은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 나중에 가서 급격하게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연봉 8배의 은퇴자금을 갖고도 편안한 노후생활을 유지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보통 직장인들이 뼈 빠지게 일하고 저축한다 한들 28억 원을 은퇴자금으로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금리는 1%대로 떨어지고 수명은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적정 은퇴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1%대의 금리로는 아무리 저축을 해도 은퇴 후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불안하지만 위험자산인 주식에 일찍부터 투자해서 필요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 되는 거라면 일찍부터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이 적정 은퇴자금 마련을 절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목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외엔 28억 원의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다른 현실적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보지 말고 은퇴자금을 마련해 주는 평생 동반자로 여기면서 하루라도 젊었을 때부터 주식시장을 활용해 은퇴 설계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난 죽었다 깨어나도 주식시장은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허리띠를 졸라 매고 소비를 줄이면 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은퇴할 즈음 모아둔 은퇴자금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며 후회할 것이다.

금리 1%, 수명 100세 시대...그래도 주식투자 안할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