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저마다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는 다르겠지만, 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수명이 100세로 늘어나는 시대에선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은퇴자금 액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운용회사인 레그 메이슨(Legg Mason)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퇴를 대비해 모아둔 자금이 적정 은퇴자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들이 현재 퇴직연금 등 은퇴자금으로 모아둔 저축액이 고작 평균 4억 원 정도여서 이들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무려 약 24억 원을 추가로 저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도 레그 메이슨의 투자자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나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보험사인 피델리티(Fidelity)에 따르면, 사람들의 평균 퇴직연금 잔액은 약 1억 원에 불과해 레그 메이슨 투자자들의 4분의1 수준에도 못미쳤다.
그렇다고 레그 메이슨 투자자들이 돈 걱정을 적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하루에 돈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은 평균 1시간20분으로 1년으로 치자면 밤낮 꼬박 20여일을 돈 걱정하며 지내는 셈이다. 이들이 보통 미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은퇴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도 돈 걱정만큼은 보통 사람보다 적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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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것은 현재 모아둔 은퇴자금과 미래 희망 은퇴자금 사이의 괴리 때문에 이들 가운데 72 퍼센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으로 생활 패턴을 아예 변경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42 퍼센트는 앞으로 소비 생활을 줄여 모아둔 은퇴자금이 곧 바닥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답했다.
물론 레그 메이슨의 설문 조사 결과처럼 편안한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다 28억 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각자 얼마의 은퇴자금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은퇴 후 25년을 더 산다고 가정해서 그 기간 동안 은퇴자금이 마르지 않으려면 최소한 은퇴 전 연봉의 8배 정도는 은퇴자금으로 마련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퇴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 이것도 정확하지 못하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처음 몇 년 간은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 나중에 가서 급격하게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연봉 8배의 은퇴자금을 갖고도 편안한 노후생활을 유지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보통 직장인들이 뼈 빠지게 일하고 저축한다 한들 28억 원을 은퇴자금으로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금리는 1%대로 떨어지고 수명은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적정 은퇴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1%대의 금리로는 아무리 저축을 해도 은퇴 후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불안하지만 위험자산인 주식에 일찍부터 투자해서 필요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해야 되는 거라면 일찍부터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이 적정 은퇴자금 마련을 절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목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외엔 28억 원의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다른 현실적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보지 말고 은퇴자금을 마련해 주는 평생 동반자로 여기면서 하루라도 젊었을 때부터 주식시장을 활용해 은퇴 설계를 하는 게 맞다.
그래도 난 죽었다 깨어나도 주식시장은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허리띠를 졸라 매고 소비를 줄이면 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은퇴할 즈음 모아둔 은퇴자금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걸 뒤늦게 깨달으며 후회할 것이다.
금리 1%, 수명 100세 시대...그래도 주식투자 안할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