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키워드로 대기업 직원 사로잡은 벤처기업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5.03.05 06:30
글자크기

[스타트업 취업방정식]④'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편집자주 구글 못지 않는 복지와 함께 청년들의 열정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여러 스타트업의 취업 방정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대기업 다닐 때 연봉·복지는 남부럽지 않았죠. 하지만 제 발전 가능성은 낮아 보였어요"

현성경 우아한형제들 FA실 사원(29)은 한 대기업에서 인턴을 거쳐 공채 정직원으로 입사했었다. 하지만 입사 1년여 만에 퇴사해 지난 1월 배달앱 '배달의민족'으로 유명한 벤처기업 우아한형제들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고액 연봉이 보장된 대기업을 버리고 벤처기업을 택한 이유는 뭘까?

현 사원은 "대기업에선 자기 발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내면 아이디어일 뿐인데도 팀장님, 부장님 승인을 받아야 했고 많은 경우 승인만 받다 흐지부지 됐다"며 "그러다 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목표나 의욕이 줄어들게 됐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5년차, 10년차 선배들을 봐도 계속 같은 업무만 하게 될 것 같았다. 결국 작지만 탄탄한 벤처기업으로의 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을 택한 건 그의 전공과 경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 사원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재학 중 동아리에서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때문에 우선 순위가 IT 기업이었다. 두번째는 전산관리업무 경력의 활용 가능 여부였다. 스타트업 채용 사이트에서 기업들을 비교한 결과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우아한형제들 FA실 경력직에 지원했다.

1차 서류전형은 자유양식으로 토익과 학점 등 스펙은 기입하지 않아도 됐다. 현 사원은 독특하게 자기소개서에 그래프를 첨부했다. 가로 X축을 시간으로 설정하고 Y축에는 자신의 가치(Value)를 IT에 대한 관심도, 전산관리 업무 경험, 의사소통 능력으로 나눠 기입했다. 입사 년도인 2015년 이후엔 우아한형제들 폰트를 사용해 우아한형제들을 써 넣었다. 입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것.



그는 "자유양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지원자들도 있는데 오히려 지원자의 강점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며 "그래프로 경력과 경험을 표현하는 게 언뜻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수많은 자소서 중 눈에 띄어 한 번 더 읽어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면접은 1차 실무면접과 2차 임원면접으로 진행됐다. 실무면접에서는 전산관리 업무 경험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현 사원은 "전 직장 전산관리 경력이 있었으나 직종이 달라 어떻게 IT 기업에서 전산관리 업무를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2차 임원면접은 실무 보다는 인성면접에 가까웠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과의 1대 다 면접으로 진행됐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인가'란 마지막 질문이다. 현 사원은 '성장'을 키워드로 답했다. 그는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성장하는 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 생각한다"며 "또 회사가 성장하려면 회사의 비전이 뚜렷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배달의민족 앱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가? △고객의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팀 내 개인 업무의 경계가 어디까지라고 생각 하는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 현 사원은 "업무의 경계에 대해선 팀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일에 경계를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입사를 위한 팁을 묻자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나타내고 자신의 경험·경력과 업무와의 융합 지점을 제시하라고"고 조언했다. 그는 "그래프로 나를 소개하는 노력을 들인 것도 그만큼 회사에 대한 나의 관심도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현 사원은 "입사 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요 회의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며 "대기업 근무 1년 반 기간보다 우아한형제들 근무 두 달 동안 더 많은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벤처기업이라 아직 전산관리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전산관리시스템 기획을 완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복지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그는 "주 4.5일제 시행으로 월요일 오전 근무가 없다. 그래서 요즘 월요일 오전 수영강습을 듣는다"며 "평일 오전에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우아한 런치'라고 한 달에 1번 첫째 주 금요일마다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해 무작위로 직원들끼리 짝을 지어 밥을 먹도록 지원해준다"며 "다른 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로 이 날은 점심시간이 2시간이라 볼링을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 사원은 "연봉은 전 직장보다 낮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고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연봉보다 더 많은 걸 얻고 있다"며 "적극적인 성격을 갖춘 사람,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선 불평 불만만 토로하기 보다는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동료나 후배로 입사해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성경 우아한형제들 FA실 사원/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현성경 우아한형제들 FA실 사원/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