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배우러 호주서 온다, 스승 누구? 고졸 늦깎이 '베이킹파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5.03.04 10:28
글자크기

[기자, 잘난 그를 만나다-1]일 방문자 1만명·누적 1300만명…30대 늦은 나이 시작 베이킹 '결실'

편집자주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파워블로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누리꾼 사이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합니다. 파워블로거 뿐이겠습니까. 유명한 카페 운영자나 BJ(개인방송인)도 파워블로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디어가 융합, 발전하면서 기자들은 파워블로거, 카페 운영자, BJ들을 자신들의 최대 라이벌로 꼽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기자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가 기자들의 최대 라이벌인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블로그 '베이킹파파의 즐거운 홈베이킹' 운영자 서원희 씨/ 사진=베이킹파파 블로그블로그 '베이킹파파의 즐거운 홈베이킹' 운영자 서원희 씨/ 사진=베이킹파파 블로그


투박한 손, 산만한 덩치, 험상궂은 얼굴, 산도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남자. 거친 손으로 몇 번 밀가루 반죽을 주물럭 하더니 금세 깜찍한 토토로 모양의 마카롱과 소시지를 입에 문 강아지 빵이 완성된다.

'베이킹파파' 서원희씨(41)는 제과제빵을 포스팅하는 유명 블로거다. 서씨의 블로그 '베이킹파파의 즐거운 홈베이킹'의 일 방문자 수는 약 1만명, 누적방문자수는 1300여만명에 달한다. 강렬한 그의 인상과는 달리 블로그에는 그가 만든 수 백 종류의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러운 빵과 디저트들이 포스팅 돼 있다.



지난달 28일 '베이킹파파'를 만나기 위해 베이킹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서씨의 공방을 찾았다.

◇'외로워서' 시작한 블로그…일 방문자 1만명, 누적방문자 1300만명



서씨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외로워서'다. 서씨의 풍모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서씨는 원래 베이킹에는 관심도, 인연도 없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때 거친 삶을 살아왔고 제빵 일을 하기 전에는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일을 했다.

베이킹 세계에 입문한 것은 33세 늦은 나이. 그것도 아내의 권유였다. 베이커리와 제빵공장 등을 거치면서 하루 열대여섯 시간이 넘는 힘든 노동에 시달렸다. 하루 종일 밀가루와 씨름하며 반복적인 일상에 공허함이 들 무렵 아내가 "블로그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다보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첫 포스팅은 소보로였다. 세세한 레시피와 함께 첨부한 동영상에는 빵의 제작 과정이 모두 담겼다. 예쁜 사진으로 찍어 주로 전시용으로 포스팅하는 다른 제빵 블로그와는 달리 레시피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서씨의 블로그는 신선했다.


포스팅은 식빵, 소보로, 크림빵 등 대중적인 빵부터 마카롱, 무스 케이크, 타르트 같은 트렌디한 고급디저트까지 수 백 종류로 늘어났고 덩달아 방문자 수도 급증했다.

일 방문자가 1만명에 육박하지만 블로그에는 광고 하나 없다. 서씨는 "나눔하고 소통하는 게 좋아 시작한 블로그인데 돈 문제로 잡음이 생기는 게 싫다"며 거액의 광고 제안도 거절했다. 일주일에 6일씩 진행되는 바쁜 공방 일정에도 블로그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일과다.

'베이킹파파'가 만든 다양한 빵, 과자/ 사진=베이킹파파 블로그'베이킹파파'가 만든 다양한 빵, 과자/ 사진=베이킹파파 블로그
◇'고졸' 학력의 '베이킹파파', 시골 공방 수업에 지방·해외에서도 찾아와

서씨는 2013년 본격적으로 베이킹 공방을 열었다. '고졸' 학력에 유명 요리학교 타이틀도 없는 서씨가 시내도 아닌 시골에 공방을 연다고 했을 때 성공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블로그 유명세 덕에 공방 수업은 시작부터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공방에는 취미로 베이킹을 배우려는 사람들부터 전문 자격증 가진 현업 종사자, 유명 제과학교를 수료한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부산, 거제도, 제주도는 물론 서씨의 수업을 듣기 위해 일본, 호주에서도 날아온다. 8주 과정의 수업은 6개 반으로 나눠져 요일별로 운영된다. 한 반에 8명 씩 총 48명 정원의 수업이 모집 공고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자가 지켜본 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 '친목회'에 가까웠다. 수강생들은 오자마자 먹거리들을 풀어 놓고 각자 싸온 반찬으로 진수성찬을 차려 점심을 나눠먹는다. 수강생 중에는 수업보다 '힐링'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업 만큼은 엄격히 진행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것이 베이킹파파 클래스의 특징이다.

서씨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베이킹에서 계량이나 레시피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변수를 알아가고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을 통해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는 베이킹 전문학교를 만드는 것…말은 제주도로, 베이킹은 양평으로"

30대 늦깎이에 베이킹을 배워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다. 한 달 80만원의 박봉을 받으며 화상, 관절 부상과 씨름했다. 월급은 밀리기 일쑤였고 부당해고도 당했다. 공방을 시작한 것도 박봉과 부상 때문이다. 양평에 전셋집을 얻어 이제 막 공방을 시작했지만 집 주인의 말도 안 돼는 소송에 휘말려 집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서씨는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었다.

6월에는 새 터전으로 자리를 옮겨 공방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미뤄온 베이킹 책을 집필하는 일도 올해 마무리한다. 서씨의 목표는 양평에 '베이킹파파' 브랜드를 내 건 제과제빵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

서씨는 "학교에서는 실무 경험을 쌓기 어렵고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며 "실무와 교육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베이킹 전문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베이킹은 양평으로"라며 포부를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