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장 "공무원연금개혁 내달 꼭 마무리한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5.03.0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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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근면 처장, "정년 65세 연장 민간도 따라오게 할 것"

삼성그룹에서 30년 넘게 인사전문가로 근무하다 공무원 인사혁신을 전담하게 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들의 혁신을 위해선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김창현 기자삼성그룹에서 30년 넘게 인사전문가로 근무하다 공무원 인사혁신을 전담하게 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들의 혁신을 위해선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김창현 기자


“사람(공무원)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쉽지 않아요. 손자 세대까지 길게 내다보고 혁신의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인사혁신처는 그간 존재했던 정부 부처 중 ‘혁신’이란 이름을 달은 첫 사례다. 그만큼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공무원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런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출범한지 지난달 26일로 100일이 됐다.

삼성그룹 30년 ‘인사통’ 출신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관피아’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전락한 공무원조직에 대한 혁신과 신뢰회복은 물론이고, ‘공무원연금개혁’이란 대수술까지 도맡게 됐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공무원 인사의 수장으로서 공무원 내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하는 자리다.



100일간 공직사회를 동분서주한 이 처장은 공무원들에 대한 ‘채찍’과 ‘당근’을 함께 준비했다. 자기계발과 목표가 부족하다고 쓴 소리를 하면서도 그런 공무원을 바꾸려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성과·승진제도를 바꾸고 휴가는 장기간 모아 쓸 수 있게 하겠다고 유연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혁신처가 주도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선 기간이 길어질 수록 갈등과 상처가 커질 것이라 지적한 뒤, 내달 중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무원들의 65세 정년연장에 대해선 부작용보다는 순기능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 인사혁신처장에 발탁된 계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어 NGO 활동을 해왔다. 연간 53만명쯤 졸업해 59%만 취업하고, 나머지 40%는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이더라. 그러면서 정책이란게 뭔가 관심이 생겼고,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회에 참여해 10여개 정책제언도 했다. 그러다 기회가 닿아 공무원이 됐지만, 어공(어쩌다 된 공무원)이 아니라 나공(나도 공무원)이란 마음이다. 우리 손자 세대를 위해 괜찮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또 국가로부터 받은 게 있다는 생각도 있고, 그동안 배운 것들을 잘하진 못해도 씨는 꼭 심겠다는 마음으로 이 곳에 왔다.

- 취임하신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느낀 공무원사회의 문제점은 뭔가.
▶공무원들이 자기계발과 목표, 인재상 등 이런 미래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 심지어 젊은 공무원들도 그렇다. 미래의 정부 서비스는 어떻게 변해야하고, 공무원은 뭘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공무원들이 수준 자체는 굉장히 높다. 고시 붙은 사람도 많고 고시에 못 붙은 사람도 옛날보다 더 어렵게 공무원이 된다. 7급, 9급 공무원들 모두 능력이 출중하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라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 공무원들을 타성에 젖게 하는 문제점은 뭔가.
▶내부 규제가 너무 많다. 이렇게 하면 안되고 저렇게 하면 안되고 하는 것들이 많으면, 유연성이 줄어든다. 이 규제들을 바꿔 공무원들이 바뀔 수 있도록 부추겨야 한다. 내부 규제를 풀어서 성과형으로 바꿔주고, 승진제도도 발탁형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공무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보직 순환이 잦은 것이 문제인데, 이러면 정책일관성과 전문성이 동시에 떨어진다. 옛날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교수가 아닌 국민들도 꽤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고 성장한 것이다. 글로벌 감각도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수준을 가진 글로벌 국가가 됐고, GDP(국민총생산) 대다수가 해외유발 요인으로 만들어진다. 세계 속에 한국이 됐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 그러기 위해 현실적으로 인사혁신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뭔가.
▶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공무원들이 신나게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역할이다. 제도는 가보지 않은 목표를 얘기하는 것이고,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공무원 연가를 장기적으로 10년까지도 저축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꿔서 한 6개월도 쉴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자기 휴가를 저축하는 건데 어떤가. 멀리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다. 글로벌 감각이 필수인데 지금은 해외여행 한 번 갈 휴가도 없다.

- 취임 후 100일 동안 세운 계획은 어떤 것들인지.
▶통상 100일이 되면 출생신고는 하지 않나. 3개년 계획을 세웠고, 이제 전 부처가 각 부처에 맞는 인사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해 추진한다. 3년 이후 장기계획은 다른 형태로 제시할 생각이다. 인사혁신 3개년 추진계획에 걸림돌이 된 난제가 ‘부처 간 칸막이’였다.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협업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인사혁신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전 부처가 함께 인사혁신을 추진하는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이 처장은 "부처 간 발을 맞추기 위해 마련한 인사혁신추진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창현 기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전 부처가 함께 인사혁신을 추진하는 3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이 처장은 "부처 간 발을 맞추기 위해 마련한 인사혁신추진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창현 기자
- 인사혁신추진위를 설치하면 ‘옥상옥’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 정부 전 부처가 인사혁신을 해야 하는데, 각 조직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범위가 다르고 속도도 달라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거야말로 부처 간 칸막이 없애면서 가야하기 때문에 협의체를 만든게 인사혁신추진위다.

- 공무원연금개혁을 4월까지 마무리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4월 달에는 마무리돼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열망이 아니겠나. 국민 여론 대다수가 그렇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시간이 갈수록 상처와 갈등이 커진다. 그 피해는 공무원 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십시일반해서 빨리 끝나는 게 중요하다.

-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공무원연금개혁 기초제시안의 개혁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현재 새누리당 연금개혁안과 혁신처 기초제시안은 재정절감 효과는 유사하다. 현재 재정절감액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 중이다.

- 새누리당안에 있던 재정안정화 기금은 왜 빠진 건가.
▶재정안정화기금은 공무원들 정서가 줬다가 다시 뺏는다는 느낌 때문에 부정적이었다. 그런 사정을 쭉 듣고 정부 기초제시안은 재정안정화기금을 빼는 대신 물가상승률 인상을 몇 년 간 유보키로 한 것이다. 고액수급자에 대해 연금을 동결하겠다고 한 것도 전체 수급자로 확대했다. 사실은 고액수급자 숫자가 얼마 되지 않고 그들 역시 일하면서 받은 ‘권리’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여러 제도를 생각할 수 있는데, 검토와 협의를 통해 더 논의할 예정이다.

- 2023년부터 공무원 정년이 연장되면, 정부 재정 부담이 늘 것이란 지적이 있다.
▶어차피 100세 시대에는 생산인구가 줄어든다. 지속적인 근로가 국가적으로도 필요하고, 자원으로도 필요하다. 선진국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년 연장으로 신규 입직자들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있는데, 급격하게 하는 게 아니다. 최초 시기가 2023년이고, 완충작용은 충분하다. 정년연장은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고, 정부가 앞서가야 민간에서도 따라갈 것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함께 적용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 생각한다.

- ‘관피아’ 논란 이후 퇴직공무원들의 취업제한이 강화되면서, 그들의 전문성이나 경험이 사장된다는 우려도 있다.
▶30년 이상 키워온 국가 인재를 사장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살릴까 이게 숙제다. 민관유착 아닌 범위 내에서 전문성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4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며 "시간이 길어질 수록 국민들과 공무원들 모두 갈등과 상처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4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며 "시간이 길어질 수록 국민들과 공무원들 모두 갈등과 상처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 인사평가를 성과 중심으로 돌리고, 심지어 고위공무원단까지 배제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고위공무원단(이하 고공단)은 현실적으로 60세 정년을 채우기 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은 국가의 인재인데. 고령화 시대에 젊은 나이에 그만둔다는 것은 문제다. 후배들의 승진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해온 것인데, 고공단이 60세에 근접해서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중장기적으로 만들 생각이다. 고공단도 60세 정년까지 일하라 이거다. 고공단 중 기대하는 성과가 안 나면 고공단 내에서도 보직을 주지않는 등 채찍도 마련할 생각이다. 신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유능한 사람은 부처 상관없이 풀로 활용하겠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겠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프로필
△63세, 경기 파주 △중동고,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과 △삼성코닝 인사과장 △삼성SDS 인사지원실장·교육본부장 △삼성전자 국내영업 마케팅연구소장(이사) △한국인사관리협회 이사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경영고문

대담=이승형 사회부장, 정리=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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