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공사 탓에 기울어진 '명일동 동은아파트' 가보니…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2015.0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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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주민들 "가해자 확실한데 답답"…시공사 "기초지반 보강하면 해결"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동은아파트./사진=박성대서울 강동구 명일동 동은아파트./사진=박성대


"여기 살고 있는 11가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당장 이주에 필요한 월세보증금입니다. 정신적 피해보상은 그다음 일입니다. 대피명령이 내려진 불안한 상황에서 누가 머물고 싶겠어요. 월세보증금을 무상으로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한 상태의 집을 담보로 대출도 받을 수 없는 만큼, 차용증이라도 쓸 테니깐 이주비를 빌려달라는 것입니다. 피해보상금을 받으려고 버티는 게 절대 아닙니다." (명일동 동은아파트 거주민 김 모씨)

"구청에서 마련해준다는 SH공사 임대주택은 멀기도 하고 면적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5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좁아요. 시공사와 건축주인 교회가 인근 선교원을 제시했지만 종교시설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어요. 가해자가 분명함에도 참 답답합니다." (명일동 동은아파트 거주민 박 모씨)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7층짜리 동은아파트가 인근 대형 교회의 교육관 신축공사 탓에 지반이 침하, 공사장 방향으로 0.57도(20.1㎝) 기울어지면서 주민 대피명령이 내려졌지만 이주가 빨리 진행되지 않아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주가 더딘 까닭은 시공사와 입주민들이 판단하는 각각의 피해보상액 간극도 크지만, 근본적으로 이주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입주민들은 건물 안전문제의 귀책사유가 시공사에 분명히 있는 만큼 이주에 필요한 전셋값이나 최소한의 월세보증금을 지원받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는 일반주택의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만큼 '임시거처'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은아파트 입주민인 김창겸씨가 기울어짐으로 인해 아파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박성대동은아파트 입주민인 김창겸씨가 기울어짐으로 인해 아파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박성대
건축주인 교회도 "시공상의 문제여서 시공사가 책임질 일"이라며 "아파트 인근의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회를 임시거처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혀 주민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강동구청은 이들 주민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매입다가구인 SH공사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권유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일반주택으로 옮기길 원하고 있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현재 11가구가 동은아파트에 머물러 있고 이번 주말 1가구가 SH공사 임대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동은아파트는 통상 건물이 기울어졌을 때 발생하는 균열이나 유리창에 금이 가지는 않았다. 다만 10년 정도된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노후화가 진행돼 있다.

동은아파트에 붙은 재난시설 지정안내 표지판./사진=박성대동은아파트에 붙은 재난시설 지정안내 표지판./사진=박성대
하지만 실내에선 기울어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사장 방향으로 문이 저절로 닫히거나 열리고 바닥에 컵을 놔두면 천천히 굴러갔다.

앞서 지난 3일 이곳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부터 건축물 안전등급(A~E) 중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는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안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로 사용금지와 개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150분의 1 이상 기울면 건물 사용정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동은아파트의 경우 100분의 1이 기운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75분의 1 이상 기울어지면 붕괴 조짐이 육안으로 확인된다"면서도 "당장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과 불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동구청에 따르면 대피명령을 내린 이후 현재까지 매일 수평계측기로 점검한 결과 기울기는 현상 유지를 하고 있고 건물이 버틸 수 있는 내력 한계도 범위내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말 그대로 당장 무너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난 발생이 우려돼 미리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다"며 "주민 대피후 보수보강이 이뤄지면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주 후 2개월 정도면 초미립자 그라우트제를 주입하는 디록(D-ROG) 공법을 통해 기초지반을 보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공사장 쪽에서 바라본 동일아파트./사진=박성대공사장 쪽에서 바라본 동일아파트./사진=박성대
동일아파트 옆 대형 교회의 교육관이 들어설 공사현장./사진=박성대동일아파트 옆 대형 교회의 교육관이 들어설 공사현장./사진=박성대
이주대책과 함께 논의된 피해보상비도 양측간 차이가 큰 상황. 시공사와 입주민들에 따르면 시공사는 피해보상비로 최근 법적대리인을 통해 가구당 임시거처이주에 필요한 이사비와 1000만원을, 입주민들은 주택 시세의 15% 수준인 약 7000~7500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84㎡ 시세는 4억1000만~4억5000만원대.

주민 박씨는 "안전위험으로 인해 떨어질 집값과 정신적 피해보상을 고려한 액수"라며 "이에 대한 논의는 나중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아파트 11가구 중 8가구가 교회에 다닌다"며 "지금 상황이 교회의 잘못은 아니지만, 교회에선 단 한번도 직접 주민들과 접촉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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