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 미래관 한인 SC 김지희 씨/사진=미래관
김지희 씨는 학부·석·박사과정을 모두 와세다대학에서 밟은 수재로 뇌신경 과학을 전공했다. 이후 일본국립연구소에서 8년 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구실에서 원숭이·쥐를 이용한 기초연구를 오랫동안 해왔죠. 하지만 내가 하는 연구가 사회에 금방 환원될 수 없다는 점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진로를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가 사람들에게 과학을 좀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SC의 역할이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거죠."
일본에선 SC에 대한 대우가 연구원보다 더 나았던 것일까. 김 씨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아직 SC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이과대학 학생이나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SC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죠."
이 시각 인기 뉴스
일본 과학 미래관은 'SC의 요람'으로 통한다. 임기동안 각종 활동과 교육을 통해 전문SC 양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일본 과학 미래관에 따르면 SC로 근무하는 인력들의 임기는 최장 5년이다.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직무능력 관련 교육도 재직 기간에 받는다. 일본 과학 미래관 측은 "SC한테 필요한 정보편집, 커뮤니케이션, 관리 등 3가지 전문 능력을 다양한 활동과 연수를 통해 배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씨가 맡은 역할을 들어보면 SC는 다양한 능력을 소유한 '멀티테이너'여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전시 해설은 기본업무죠. 관내에서 진행하는 '사이언스 미니토크쇼' 기획·진행도 맡아서 해요. 학교나 다른 과학관, 기업과의 이벤트 기획도 전담하고, 전시물의 연구개발도 합니다. 좀 많죠."
이곳 SC들은 전시물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주어진 미션이 또 하나 있다.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회문제를 놓고 관람객들과 대화를 해요. 관람객이 관심있는 주제를 두고 사회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토록 하는 거죠.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저를 찾는 '단골손님'도 생겼어요."
일본 과학 미래관 한인 SC 김지희 씨/사진=미래관
성가신 일 같지만 김 씨는 "같이 생각해보자"며 자신의 업무·휴식시간을 옆으로 밀쳐놓고 진심으로 일일과학교사가 돼 줬다. "정답을 알려 주기 보단 그 여중생이 자발적으로 연구과제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SC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김 씨는 SC 자질을 묻는 질문에 '감성적 접근'이란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SC는 대화하는 상대방을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해요. 과학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만이 SC의 역할은 아니죠. 항상 상대방을 살피며, 양방향의 대화를 이끌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전시관 안내로봇과 다를 게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