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이 밀집한 용산구 이태원로 27길 일대./사진=박성대
고급주택과 함께 대사관저가 몰려있는 이곳은 이태원역 주변과 달리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18만 9919가구의 표준단독주택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주택 절반이 이곳에 집중됐다. 공시가가 너무 높아 표준단독주택 대상에서 제외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태원로 27다길)도 이들의 이웃이다.
표준공시가로 30억~60억원대 단독주택들이 한 집 건너 혹은 골목길을 마주보고 위치해 있었다. 골목 여기저기, 집집마다 CCTV가 설치돼 있다. 경찰차와 보안업체 차량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표준단독주택 최고가(64억4000만원)를 기록한 용산구 이태원로 27길 소재 벽돌조 슬래브지붕 주택/사진=박성대
이 집의 공시가는 64억4000만원. 주변 중개업소들은 시가로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2층에 대지면적 1223㎡, 연면적 460.63㎡ 규모로 지난해 기준 공시가(60억9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뛰었다. 4년 전인 2011년(37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27억원이나 올랐다.
주인이 누굴까.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1981년부터 냉동공조기기 전문회사인 센추리(전 경원세기)사주 일가가 거주했다. 2005년 4월 회사가 부도처리 돼 가압류 된 이후 2008년 강제경매처분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인근 S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센추리 창업자 일가가 회사 부도 전인 2003년부터 3.3㎡당 5000만원대(전체 약 160억원)에 매물로 내놨는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수자가 없지만 주변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동네 주택 호가는 3.3㎡당 평균 4500만~5000만원대에 이른다. 조망권과 연식에 따라 비싼 곳은 9500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다.
흥미로운 건 3.3㎡당 가격이 평균을 크게 밑도는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벌이 밀집해 있는 동네 특성상 매매가 극히 드물다보니 실거래에 의한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데다 잠재적 수요자가 비싸게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중개업소들은 '재벌촌' 프리미엄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3㎡당 2300만원대에 물건이 나와도 매수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태원동이 갖는 이미지 때문에 가격이 빠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급주택이 밀집한 용산구 이태원로 27길 일대./사진=박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