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어린이집.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머니투데이
집에서 키우는 아이들을 서류 상 원아로 등록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주로 친척 혹은 지인들의 아이들 중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등록한다.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은 2013년 3월부터 8월까지 어린이집에 출석하지 않는 A양을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하고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보육료 3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형을 받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내는 어린이집비에 포함된 식비를 떼먹고 아이들에게 부실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거나 엄마들이 가져다 준 음식을 묵혀놨다가 제공하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구에서 지난해 같은 반 아이들과 단체로 어린이집을 그만뒀다는 2세 아기의 어머니 김모씨(37)는 "유치원 원장의 친정 엄마였던 조리사가 식비를 횡령했다"며 "식비로 밥을 먹이는 대신 엄마들이 가져다 준 간식을 1주일 넘게 냉장고에 묵혔다 먹인 것을 엄마들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행정자치부(당시 안전행정부) 조사 결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대표의 경우 어린이집 2개를 운영하면서 동일한 주·부식비 영수증을 중복 첨부해 18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10년 넘게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하다가 현재는 그만둔 박모씨(45)는 "이런 문제는 사실 보육교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욕심 많은 원장들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전에도 정말 심했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비 횡령 문제의 경우 조리사를 어린이집 원장의 가족으로 앉히면서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씨는 "식비를 남겨먹으려면 자기 친인척을 조리사로 앉혀놔야 반발이 없다"며 "그래야 보육교사들도 별말 못하고 아이들에게 부실한 밥을 먹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린이집의 실태는 매년 점검되고 있지만 개선이 안 되기는 여전하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 600곳을 특별점검한 결과 216곳에서 위와 같은 법령 위반사례 408건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주요위반유형은 △회계 부적정 78곳 △안전관리 미흡 54곳 △보조금 부정수급 52곳 △교사 배치기준 위반 47곳 △급식관리 소홀 46곳 △건강검진·성범죄 조회 미실시 40곳 등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도 어린이집의 비리가 발견될 경우 빼돌려진 보조금은 환수조치하고 시설을 폐쇄조치하거나 원장이나 교사의 자격을 정지 혹은 취소시키고 있다"며 "조치가 약해서라기보다는 조작이 쉽기 때문에 이런 유혹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채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양육수당이나 식비 부정수급 문제의 경우 상시 감시감독 외에는 사실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와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학대문제 뿐만 아니라 비리 문제에 있어서도 완전히 민간에 맡기지 말고 준공공성을 띄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연합회 측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 아동 1인 키울 때 최소한 83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현재 보육비는 1인당 77만원 수준"이라며 "우리도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육비 현실화가 궁극적인 대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