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지금 SK그룹은…"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5.01.29 06:30
글자크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 SK그룹 전체에서 70% 차지, SK이노베이션 '적자' SKT '답보'

SK 최태원 회장이 2012년 3월 26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이기범 기자SK 최태원 회장이 2012년 3월 26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이기범 기자


지난해 매출 17조 1256억원에 영업이익 5조 1095억원, 제조업으로는 드물게 영업이익률 30%.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것을 두고 새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11년 당시 최 회장이 2년 여간의 '반도체 공부' 끝에 마음을 굳히고, 하이닉스 인수의사를 밝히자 주요 계열사 사장들의 반대는 거셌다.



최 회장은 외부에 대한 설득보다 내부 설득이 더 힘들었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으나,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성장했던 'SK의 인수합병 DNA'를 믿고 SK하이닉스에 과감히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인수 당시인 2012년 10조 1622억원의 매출과 2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최 회장의 판단처럼 2013년에는 매출 14조1651억원과 영업이익 3조3798억원으로 급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더욱 빛을 발했다. SK의 양대 날개인 정유사업의 실적이 악화됐고, SK텔레콤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SK의 한 축인 SK이노베이션 등 정유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실적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창립 3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적자를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손실이 7000억~8000억원에 달해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등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날려버렸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국제 유가 변동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고, 원가를 줄이고 유가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 이외는 마땅한 대책도 없다.


세계 시장의 유가 변동에 관여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규모가 작아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유를 싣고 국내에 들여오는 1~2개월 동안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사들은 재고 손실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도 정부의 각종 규제로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16조원대를 기록할 전망이고, 영업이익도 1조 7000억원에 머룰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SK의 두 기둥이었던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은 약 1조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과거 SK의 양대 축이었던 두 회사의 이익보다 새 가족인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약 4배가 많다.

SK가 지난해 그룹 전체로 올린 영업이익은 약 8조원으로 추정되며, SK하이닉스가 이중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30%로 SK텔레콤의 10% 보다도 3배가 높다.

기업 경영에 정통한 인사들은 기업에서 전문경영인과 오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며,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이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의 위험성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전자 산업의 특성상 미래를 보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오너의 리더십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SK의 하이닉스의 인수였다"고 했다.

SK 관계자들도 2011년 당시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주장할 때 끝까지 반대해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못했다면, 현재 정유산업의 위기와 통신사업의 침체가 더 크게 SK 그룹을 짓눌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