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경제정책 시야를 역내경제로 옮겨라

머니투데이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5.01.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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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경제정책 시야를 역내경제로 옮겨라


은퇴한 그래도 살 만한 친구들과의 점심식사 때 수다. 설에 골프여행을 구마모토로, 아니면 미야자키로 갈 것인지를 두고 열띤 논쟁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설을 지내자는 얘기는 아예 입에도 담기 어렵다. 비용 대비 효용을 영악하게 따진다. 이들 중 고위공직을 지냈다고 해서 애국심에 호소, 내수진작 차원에서 여행을 포기하라고 권유할 수 있을까?



최근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혁신과 내수 두 단어로 집약된다. 그 가운데서도 내수를 여하히 올리느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팀은 주택시장 부양을 내수진작을 위한 차선책으로 채택했다. 주택시장 부양은 투자와 소비가 동반되기에 자주 택하는 조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상황을 종합적으로 본다면 내수 중심의 경제를 살리기는 만만치 않다.

첫째, 우리는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적인 개방경제가 되어버렸다. 1995년에는 무역규모를 경제규모로 나눈 대외개방도가 50%대였다. 2000년에는 63.2%로 올라갔다. 위기를 극복한 경제동력이 수출입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세계 15위 우리 경제는 대외개방도가 100%로 15개국 가운데 제일 높다. 대부분 50% 미만이고 독일 멕시코 캐나다만이 50%를 넘었다. 홍콩형 국가로 가고 있음을 얘기해준다. 그런데 홍콩이 내수의존 발전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둘째, 경제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실패했다. 1990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자 기업은 해외로 제조업 기지를 옮기고 민간도 더 싼 역내 수요지를 찾아 나갔다. 급기야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규모 수축을 막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1980년대 잘나갈 때 일본 골프장 회원권은 우리의 집 1채값보다 더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반인은 골프를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쳇말로 우리나라 골프관광객이 일본골프장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콧대 높은 일본도 생존을 위해 외국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다.

셋째, 야심작으로 추구하는 ‘FTA 허브(Hub)론’도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을 것 같다. ‘FTA 허브론’이란 FTA 플랫폼(platform)을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수출을 늘리자는 발상일게다. 얼마 전 정부대표단으로 중국과의 협상에서 일이다. 최근 뜨기 시작한 크루즈선박 노선에 우리나라를 경유하는 것과 우리 산업단지를 싸게 분양하겠다는 것이었다. 크루즈 정박시 무슨 놀이나 먹거리 테마가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산업단지를 중국처럼 무상으로 분양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대표단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역내 동향에 무뎠던 것이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체결에 이어 한·중 FTA 체결도 눈앞에 뒀다. 수 년이 지난 현재, 생각대로 얼마나 수출이 더 늘어났으며 얼마나 많은 외국투자가 유입되고 있는지?

중국은 2014년을 기점으로 10조달러 경제권에 진입했다. 2013년 중국의 도시별 소득추계 결과 58개시 3억3000만명이 소득 1만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선전, 광저우, 쑤저우 3개시는 이미 소득 2만달러를 넘겼다. 이 지역만 인구가 3000만명이다. 경험에 비추어 1만달러 넘는 3억명 이상이 잠재관광객이다. 얼마 전 명동의 한 식당에 갔다. 많은 중국여행객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중국 본토인이었다. 우리는 장소만 빌려주고 돈의 흐름은 있지만 우리 장부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경제영역이 한-중-일을 아우르는 역내로 옮겨온 지 오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우리 식으로 국내 중심의 사고를 하지는 않는지? 정책당국자는 적어도 한·중·일 3국을 경제잠재영역으로 두고 생산지, 수요지, 교역지로 분류, 제값을 받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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