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을지로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겨울의류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롯데백화점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시즌(2014년 10월~2015년 1월) 겨울 아우터 소진율(재고대비 판매율)은 50%에 못 미쳤다. 특히 아웃도어와 캐주얼 의류는 40~50%, 남성복과 여성복은 30~40%, 골프 의류는 30% 후반에 그쳤다.
◇패딩 등 아우터 재고 급증…"우리 상품 할인행사 좀"=당연히 백화점 겨울 의류 매출도 급감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의 신년세일 신장률은 기존점 기준 0.5%에 그쳤고, 1월 매출은 역신장이 예상된다. 겨울 의류는 다른 계절 의류보다 단가가 비싸 백화점과 패션업체의 1년 장사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겨울의류의 재고가 예년보다 많다는 것은 패션·유통업계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매출 부진은 올 겨울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웠기 때문이다. 패션업체들은 올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겨울의류 생산량을 예년보다 20% 줄였는데 12월 들어 갑작스런 한파로 뒤늦게 생산량을 다시 늘렸다. 하지만 1월 들어 갑자기 날씨가 풀리며 이 추가 생산분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다.
◇SPA 대응 실패도 패착…"내년 장사하려면 현금화 급해"=업계는 날씨 변수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도 마련하지 못했다. 포근한 겨울에는 두꺼운 '헤비다운' 보다는 '경량다운'이 많이 팔리는데 이 시장은 이미 유니클로 같은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에 잠식당한 상태였다. 사실상 패션업계는 경량다운을 대체할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한 채 겨울시즌을 맞은 것이다.
한 패션브랜드 관계자는 "부피가 큰 헤비다운 재고는 물류와 창고 보관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최대한 빨리 재고를 털어내는 것이 이제 남은 관건"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이런 배경으로 다운패딩 등 주요 겨울의류를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8일부터 보브, 아이잗바바, 나이키, 노스페이스, 쉬즈미스, 네파 등 300여개 브랜드 1000억원어치 물량을 푼다.
현대백화점 (51,900원 ▲800 +1.57%)도 폴스미스, 꼼데가르송, 멀버리 등 110여개 브랜드 800억원어치를 큰 폭의 할인율로 쏟아낸다. 이번 주말 이렇게 백화점 3개사에서만 풀리는 '떨이' 물량이 총 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따뜻했던 지난 겨울 생산된 의류재고가 대거 남은 상황에서 올 겨울 신상 재고까지 쌓이자 패션업체마다 시즌오프 행사규모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이라며 "당장 재고처분이 급한 상황이어서 할인율을 대폭 높이고 행사규모도 사상최대로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이 같은 마케팅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고가의 패딩은 시즌오프에 사는 것보다 매년 6~7월에 실시하는 대규모 이월상품 할인전에서 사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잘 안다"며 "이 때문에 시즌오프 행사의 인기는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