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쌍용차 티볼리 '착한가격의 날쌘돌이'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5.01.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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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쌍용차 티볼리 '착한가격의 날쌘돌이'


한해 수십 종의 럭셔리카가 쏟아지는 수입차 전성시대에 출시를 전후해 이렇게 입소문을 많이 탄 국산차가 있었을까. 4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13일 공식 출시된 쌍용자동차 '티볼리' 얘기다.

티볼리가 화제의 차가 된 이유는 여럿이다. 2009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지난 6년간 쌍용차의 역경과 고난, 회생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차라는 점이 첫 번째다.



'개념가수'로 불리는 이효리의 기대처럼 쌍용차의 명운과 해고노동자 복직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도 티볼리에 관심이 쏠린 배경이 됐다. 중후장대형 SUV 전문브랜드인 쌍용차가 만드는 첫 소형 SUV,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가격경쟁력도 크게 부각됐다. 이래저래 홍보효과만큼은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건 어쩔 수 없다. SUV 정체성을 가진 신차가 준중형 세단보다도 싼 1700만~1900만원대(주력트림 기준)라니. 지난 21일 티볼리를 타고 서울 여의도에서 파주 해이리까지 왕복 90km를 달렸다. 쌍용차가 자신했던 대로 싼 값에 준수한 성능을 갖춘 국산차를 마주한 느낌은 신선했다.



티볼리의 타깃층은 'My 1st SUV'란 타이틀처럼 명확하다.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2535' 젊은 세대다. 내외관도 철저히 '젊음'에 최적화시켰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건 감각적인 투톤 루프다. 언뜻 고급 SUV 전문브랜드인 랜드로버 이보크를 연상시킨다.

[시승기]쌍용차 티볼리 '착한가격의 날쌘돌이'
인테리어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시승차는 레드 인테리어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 암레스트엔 소프트 재질의 내장재가 사용됐다. 스포티한 'D-Cut 스티어링 휠'도 이른바 '싼티'를 벗는 데 한몫한다.

아쉬운 건 센터페시아의 조잡함이다. 기능 구성이 단조롭고 버튼 재질의 조잡함은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티볼리의 가격을 떠올리면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트렁크 공간은 2열 시트를 접으면 골프 캐디백 3개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편이다.


가장 궁금한 건 주행 성능이다. 파워트레인은 1.6 MPI 엔진과 아이신의 6단 변속기 조합이다. 최대출력 126ps, 최대토크 16.0kg·m로 중·저속 구간에서 최상의 성능을 내도록 구현했다고 한다.

엑셀과 브레이크의 느낌은 무척 가볍고 날렵하다. 자유로 구간에서 시험한 가속력도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시속 120km까지 부드럽게 올라간다. '스마트 스티어'를 'Sport' 모드로 맞추니 핸들이 묵직해지면서 안정감을 높인다.

그 이상의 고속 구간에선 어쩔 수 없이 힘이 달린다. RPM이 올라가고 속도가 붙자 귓전을 때리는 소음도 다소 거슬렸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형 SUV가 갖는 태생적 한계다. 신호대기 상태에서 출발할 때의 반응속도도 느린 편이다. 찰나였지만 멈칫하는 느낌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가성비'는 만족스럽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도 나쁘지 않다. 연비는 복합연비(12.0km/L)를 상회하는 13.6km/L가 찍혔다. 경쟁차인 디젤 소형 SUV와 견주기엔 무리다. 7월에 나오는 디젤 모델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티볼리의 가장 큰 장점은 착한 가격이다. 트림에 따라 △TX(수동) 1635만원 △TX(자동) 1795만원 △VX 1995만원 △LX 2220만~2347만원이다. SUV의 비싼 가격과 준중형 세단의 적은 활용도로 고민하고 있다면 티볼리를 대안으로 삼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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