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허공이 키우는 봄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5.01.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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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허공’ 이은봉(시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허공이 키우는 봄


따지고 보면 세상이 봄이었던 적 있었던가. 늘 겨울이었다. 누대에 걸쳐 당대 사회에 벌써 온 겨울이었다. 존재 자체가 유한한 부족함 투성이의 인간들이 만든 사회에 봄이거나 여름이거나 가을일 리 만무한 이치이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심초사 겨울이고 갖지 못한 자는 그야말로 갖지 못한 그 자체가 겨울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그 누대와 누대에 걸쳐 아이를 낳고 허공을 키우고 허공을 메워왔다. 겨울 하늘이 유독 쨍하게 푸른빛을 띠는 이유이다. 숭고함이며 결연함 때문이다. 상서로움 때문이다. 벌써 시작된 겨울에도 언제고 ‘어린 새 한 마리 /파릇파릇 솟구쳐 오르’는 허공을 키워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시작된 겨울 산과 겨울 허공에 어린 새는 ‘아직도’ 솟아오르고 있다. 그것도 갈팡질팡이 아니라 대각선을 그으며 솟아오르고 있다. 입은 비틀어졌더라도 말은 바로 해야 하는 이유이거나 마당은 비틀어졌더라도 장구는 바로 쳐야 하는 이유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허공이 키우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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