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인들 " 담뱃값 인상, 결국 서민증세" 왜?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1.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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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판매상들, 금연효과 '회의적' 평가…'논란' 지속

새해 첫날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 현장에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담배 판매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새해 첫날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 현장에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담배 판매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제일 나쁜 건 정부예요. 담배 사가는 분들은 대부분 중간·하위 노동자들이에요. 일하는 도중 담배 한 대가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구인데 담뱃값 올린다는 건 서민들 지갑에서 돈 뺏겠다는 거죠."

"돈 많은 사람들은 알아서 몸 챙기죠.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라지만 담뱃값 인상 말고 다른 방법이 얼마든 있잖아요. 이참에 담배 끊으시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금연효과보다 서민고통 증가가 더 클 것 같아요."



2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직원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담뱃값을 평균 2000원 인상한 정부의 새 금연정책이 시작된 후 첫 평일인 이날 만난 편의점 3곳의 업주와 점원들은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새해 들어 담배 판매량은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일선에선 예상치 못한 갖가지 '잡음'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외산담배 품귀 현상과 이로 인한 갈등입니다. 이날 오전 기자가 목격한 담배 소비자 5명 중 4명이 '던힐'을 찾았습니다. 던힐의 수입업체인 BAT코리아와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의 수입업체인 JTI코리아가 지난달 24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인상된 판매가격을 신고하지 않아 당분간 기존의 2000원대 가격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흡연가 대부분이 이전에 다른 브랜드 담배를 피웠지만 단지 싼 가격 때문에 임시로 외산담배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흡연가들에게 '가격'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수요가 외산담배로 몰리는 반면 외산담배의 공급은 소매점 당 1~2일에 한 보루 정도로 극히 제한되고 있어 업주와 고객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한 편의점 업주는 "오시는 분들마다 이것(외산담배)만 찾으시는데 100보루를 넘게 주문해도 한 보루만 받는 실정"이라며 "한 보루면 10갑밖에 안 되니 지난달 31일 밤에 순식간에 다 나가버렸다"며 한숨을 지었습니다.


값싼 외산담배 물량이 없다는 업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고객도 있다고 합니다. '사재기' 의혹까지 받고 있는 편의점 업주들은 서랍장을 열고 남은 외산담배 재고량을 보여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평소 BAT코리아의 '켄트'나 JTI코리아의 '메비우스'를 피워온 오모씨(42)는 이날 담배 구매에 '실패'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는 "용산 남영동 근처 편의점 두 군데를 갔는데 매대에 국산담배만 넘쳐나더라"며 "길가 노점에서 겨우 한 갑 발견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2500원이 아니라 4500원을 달라는 둥 횡설수설해 따지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나왔다. 역시 우리나라는 정부 말 듣는 착한 사람만 바보다. 사재기 안 해놓은 흡연자만 바보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씨는 "어쨌든 결과적으로 담배 줄이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물만 실컷 들이켜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소매점 업주들 사이에서는 외산담배가 일시적으로 가격인상을 지연하는 동안 고의로 출고량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점유율 상승을 노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이야 어떻든 이런 '시간차' 가격인상으로 인해 금연 정책효과는 더욱 더뎌지고 소비자 혼돈과 불만, 편의점 업주들의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정부의 담배인상안 발표 이후부터 수개월간 소비자들의 사재기를 몸소 겪으며 각종 갈등과 스트레스를 감내해온 편의점 직원들이 흡연가들을 탓하기보단 정부를 비판하며 담뱃값 인상이 '서민 증세'라고 증언하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몇 개월간 쭉 지켜본 결과 연봉이 낮은 분들이 가격인상에 훨씬 민감하더라"며 "담배마다 이용자의 평균 연령대가 다른데 이를테면 경제력이 취약한 50~60대 어르신들이 주로 피우는 '한라산'은 20~30대 수요가 많은 외산담배에 비해 사재기 움직임이 더 컸다"고 귀띔했습니다.

다른 편의점 점주는 '가격'에 좌우되고 있는 현재의 많은 담배 소비자들은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예상을 내놨습니다. 그는 "어제부터 오늘까지 4000원대 담배를 사간 이들이 2명 정도 있는데 이들은 사재기도 안 하고 피우던 담배 종류도 안 바꾼 사람들로 단지 한 갑 피우던 걸 다섯 가치 정도로 줄이겠다는 사람들"이라며 "작년에 이미 두세 달치 담배를 사놓고 지금도 외산 담배를 구하러 헤매는 많은 이들은 결국 담배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비싼 담배를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많은 편의점 직원들은 시간이 지나면 담배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 점주는 "개인적으로 3월까지는 담배 판매를 거의 '올스탑'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도 3월 이후에는 회복세로 돌아서고 1년이 지나면 회복될 거라고 점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정 부분 금연효과로 판매량은 줄 것이고 담배 한 갑당 마진까지 줄어 소매점 입장에선 어쨌든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지만 워낙 인상폭이 크니 정부 입장에선 남는 장사일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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