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 쫓아와"…밤길 女 도운 '지킴이집'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4.1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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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성안심지킴이집 도움 사례 늘어…女 65.2%, "낯선 남자·취객 쫓아올 때 도움 받아"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한 CU 편의점.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한 CU 편의점.


# 지난 7월 새벽 2시. 대학가 주변 편의점에 20대 여성이 급히 뛰어 들어와 도와달라고 외쳤다. 점주가 왜 그런지 물으며 밖을 보자 남자 2명이 편의점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에 점주는 무선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오자 남자들은 달아났다.

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24시간 편의점 628곳을 활용해 운영 중인 '여성안심지킴이 집'이 지난 11월까지 위기에 처한 여성들에게 총 72건의 도움을 줬다고 19일 밝혔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여성이 밤길을 걷다 위험할 경우 편의점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련했다. 출입구 오른쪽에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걸로 확인할 수 있으며 주로 밤길 귀가하는 여성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낄 때 대피할 수 있도록 서울시 편의점 638곳이 지정돼있다.

여성안심지킴이집 긴급지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낯선 남자나 취객이 쫓아와 긴급히 대피를 도운 경우(47건, 65.2%)가 가장 많았다. 만취한 여성을 성폭력 위험에서 도운 경우(12건, 16.6%)가 뒤를 이었다.



또 취객이나 남자친구의 폭행으로부터 도운 경우(4건, 5.5%), 가정폭력으로 인한 대피를 도운 경우(2건, 2.7%), 기타(7건, 10%) 등이 있었다.

한 사례로 지난 8월 말 자정 무렵 만취한 20대 여성이 편의점 앞에 쓰러져 있어 지나가던 남성들의 다가와 성추행을 하려 했다. 이에 점주는 경찰에 신고해 여성을 안전하게 귀가 조치했다.

시간대별로는 주로 늦은 밤(23시~02시)이 많았고, 장소별로는 원룸 촌 주변(37건, 51.3%), 유흥가 주변(19건, 26.3%), 지하철 역 부근(11건, 15.2%), 대학교 부근(5건, 7.2%) 등에 위치한 편의점이 대부분이었다.


시는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사)한국편의점협회와 공동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자치구, NGO와 함께 직접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오는 19일 서울시청에서 2014년도 '여성안심지킴이집' 운영유공자에 대한 시장 표창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여성의 위기상황에 도움을 준 편의점주, 협회, 회원사 등 총 19명이 대상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비단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앞으로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여성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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