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회사 망하는 거야?" 서로 상처 보듬는 대한항공 직원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4.12.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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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게시판에 위로의 글들… "내부 직원들끼리 비방은 말아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신분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뉴스를 보기도, 포털을 보기도 하루하루 너무 무섭습니다."

대한항공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다.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잇따라 터져 나오는 추가 의혹 때문에 직원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한 부장급 고참 직원은 기자에게 "1997년 탑승객 228명이 사망한 괌 여객기 추락사고 때보다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조직으로 거듭나자"며 서로 다독이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



18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넘어진 사람 밟진 맙시다'라는 글이 올라와 직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직원은 "우리 회사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일 몹쓸 회사가 됐다. 그런 몹쓸 회사를 다니는 저도 몹쓸 인간"이라며 현재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했다.



그는 "이번 일은 잘못된 일이다. 누군가 말했다시피 뿌리 깊은 우리 회사의 잘못된 문화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이번 기회에 모든 잘못된 것을 뜯어 고치리라라는 의욕만 갖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을 내던지기 전에 현장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직원들을 다시 한번만 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를 외부인도 모자라 내부인들 스스로가 밟아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글에는 10개 넘는 댓글이 붙었다. 한 직원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게 너무나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우리 같은 내부직원들끼리는 더 이상 비방 같은 것은 하지말자"고 했다. 다른 직원은 "2만 명의 가족들의 삶의 터전"이라며 "우리가 스스로 우리 회사는 나쁜 회사야 하고 말하진 말자"고 했다.


대한항공 (20,600원 ▼150 -0.72%)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사내 게시판은 주로 중고품을 팔거나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는 데 활발하게 사용되는데, 땅콩회항 사건이 나고 한동안 올라오는 글이 거의 없다가 최근 들어 서로 힘을 내자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시판에는 초등학생 딸한테서 "아빠 회사 망하는 거야? 친구들이 대한항공 망한대"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직원의 글도 올라왔다. 이 직원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를 비롯해 우리의 가족들의 울타리인 우리 회사가 이 위기를 무사히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나은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길 모두가 다 마음속으로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글에도 "모두모두 힘내자"라는 취지의 댓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에 항공기 '날림 정비' 의혹이 게재된 대해서도 서운함을 표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에 칼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욱 낮은 지금도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그 추위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고생하는 정비사분들 정말 고맙다"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날림정비 의혹이 제기된 데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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