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주 작가의 이름 앞에는 전자책 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 사회·경제 분야 경영 컨선턴트, 번역가 등 다양한 직함이 붙어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압축적인 경제 성장이후 정체기에 놓인 사람들은 ‘일’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어떤 의미와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제현주 작가(38)가 던진 ‘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에 관한 물음도 이 연장선상이다.
제현주 작가의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직장인 타이틀을 버린 그가 다른 일들을 찾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나간 일련의 과정들은 최근 발간된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안에 기록됐다.
지금의 시기를 ‘내리막 세상’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성실히 일하고 남들만큼만 하면 웬만큼 살 수 있는 시대는 슬프게도 우리 몫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심히 뛰어야 겨우 제자리, 조금만 정체되면 아래로 흘러내릴지 모르는 ‘불안’이 스며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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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는 한 직장에 안착해 오랫동안 일할 수 없고, 개인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마음을 먹고 있음을 빗댔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일자리 노마드들’의 사례를 통해 “사회에서 제시하는 일률적인 기준에 매달리지 않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현주 작가는 "한 가지 직업으로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없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한쪽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면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일은 당장 그만두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막상 발을 들여 놓아도 기대한 것과 다른 경우도 많아 좌절한다. 작가는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만큼 위험한 말이 없다”면서 “일에 뛰어들기 전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뻔하지만 각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마음을 들여다보고, 우선순위를 따지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이유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생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 작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정해진 도착지가 있음을 거부하며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지점이 각자 다름을 역설했다. 그는 ‘밥벌이의 무거움’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삶에서 ‘일’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나의 일은 돈, 보람, 재미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