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람·재미, 당신의 ‘일’은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머니투데이 양승희 기자 2014.12.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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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작가

제현주 작가의 이름 앞에는 전자책 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 사회·경제 분야 경영 컨선턴트, 번역가 등 다양한 직함이 붙어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제현주 작가의 이름 앞에는 전자책 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 사회·경제 분야 경영 컨선턴트, 번역가 등 다양한 직함이 붙어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직장에 한번 들어가면 수십 년씩 일하다 명예롭게 퇴직하던 ‘성실한 개미’의 시대가 끝난 지 오래다. 우리 세대는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이직과 전직을 반복하는 ‘일자리 유목민’의 시대를 맞이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이후 정체기에 놓인 사람들은 ‘일’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어떤 의미와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제현주 작가(38)가 던진 ‘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에 관한 물음도 이 연장선상이다.



전자책 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 사회·경제 분야 경영 컨선턴트, 번역가 등 작가의 이름 앞에는 많은 직함이 붙어있다. 한 사람이 한 개의 명함만 갖기도 벅찬 때에 그는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며 “돈, 보람, 즐거움이 균형을 이룬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제현주 작가의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제현주 작가의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2011년 까지만 해도 그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경영 컨설팅 업체, 투자은행, 사모펀드운용사 등에서 투자 전문가로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한 가지 직업으로는 내 안의 다양한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다.



“좋은 조건의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업무를 하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일이 즐겁지 않다’고 느꼈어요. 돈이나 안정성, 사람들의 인정 등이 분명 중요하긴 했지만,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 때문에 희생된 부분이 꽤 많더라고요.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꼭 하나의 직업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제 마음이 원하는 일들을 하고 싶었어요.”

직장인 타이틀을 버린 그가 다른 일들을 찾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해나간 일련의 과정들은 최근 발간된 책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안에 기록됐다.

지금의 시기를 ‘내리막 세상’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성실히 일하고 남들만큼만 하면 웬만큼 살 수 있는 시대는 슬프게도 우리 몫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심히 뛰어야 겨우 제자리, 조금만 정체되면 아래로 흘러내릴지 모르는 ‘불안’이 스며있습니다.”


‘노마드’는 한 직장에 안착해 오랫동안 일할 수 없고, 개인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마음을 먹고 있음을 빗댔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일자리 노마드들’의 사례를 통해 “사회에서 제시하는 일률적인 기준에 매달리지 않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현주 작가는 "한 가지 직업으로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없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제현주 작가는 "한 가지 직업으로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들을 충족시킬 수 없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대기업, 연봉 5000만원, 서울시내 30평대 아파트. ‘중산층’이라고 불리려면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욕망들은 뒤로 미루면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에 몰두하며 살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잖아요. 심리적으로 큰 불행과 불만족을 겪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 기준이 과연 옳은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한쪽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면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일은 당장 그만두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막상 발을 들여 놓아도 기대한 것과 다른 경우도 많아 좌절한다. 작가는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만큼 위험한 말이 없다”면서 “일에 뛰어들기 전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뻔하지만 각자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마음을 들여다보고, 우선순위를 따지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이유다.

하나의 직업으로 인생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 작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정해진 도착지가 있음을 거부하며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지점이 각자 다름을 역설했다. 그는 ‘밥벌이의 무거움’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삶에서 ‘일’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나의 일은 돈, 보람, 재미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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