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동아제약 차장(왼쪽)과 김순겸 차장이 박카스 영업차량인 '루트카'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0년에 함께 입사한 이들은 내년에 근속 25주년을 맞는다.
드라마 '미생'에 나온 주인공 오상식 차장의 이 대사에 공감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의 말대로라면 동아제약 김선태 차장(55, 사진 왼쪽)과 김순겸 차장(53)은 이제 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둘은 1990년 나란히 동아제약에 입사해 내년이면 근속 25주년이 된다. 서울지역본부에서도 근속연수가 가장 긴 직원들이다.
이중 김선태 차장은 내년에 정년 퇴직한다. 이들이 평생 맡은 일은 자양강장제 박카스를 싣고 전국의 약국으로 배달을 하는 것.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하루 200~300박스의 박카스를 서울 50~70개 약국에 나눠준다. 창고에 있는 박카스를 트럭에 직접 싣고, 이를 다시 약국에 전달해주는 힘든 작업의 연속이다. 두 사람은 각각 차량반장과 영업팀장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을 지키며 영업일선에서 뛰고 있다.
"1999년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몸을 많이 다쳤어요. 이후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박카스 배달을 잘 하려고 이를 악물고 운동을 해서 이제는 사고 후유증도 극복했습니다."(김순겸 차장)
이처럼 힘든 삶을 버티게 해준 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일은 고됐지만 회사가 그만큼 대우를 해준 것이 박카스 광고 문구처럼 '피로 회복제'가 됐다. 두 사람은 모두 정규직이다. 연차에 따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월급도 올랐고, 때가 되면 진급도 했다. 자녀들 학자금 혜택 등 복지혜택도 일반 사무직군과 다르지 않았다.
김선태 차장의 자녀 2명 모두 회사의 지원을 받아 대학까지 마쳤고, 김순겸 차장의 딸은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생인 아들은 군대에 있다. 김선태 차장은 "내가 일한 만큼 회사에서 처우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즐겁게 일하다보니 이제 정년이 코 앞"이라고 말했다. 김순겸 차장은 "실적이 좋아서 온 가족이 회사에서 보내준 금강산 여행을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회사에서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알아준다고 느꼈기 때문에 25년을 즐겁게 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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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에서는 "박카스 영업직은 누군가 정년퇴직을 해야만 빈 자리가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박카스 영업직은 한 번 입사하면 퇴사하지 않고 장기 근속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김선태 차장과 함께 내년에 정년 퇴임하는 박카스 영업사원은 모두 4명. 동아제약은 내년에 모처럼 4명의 박카스 영업사원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