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도 ‘땅콩 리턴’ 반면교사… 위기관리 실패 사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12.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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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일 세종기지 연구대장 수요사장단 회의 강연서 언급 “대한항공 위기관리 기본 안돼 사태 확산”

윤호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이 17일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윤호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이 17일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대한항공 ‘땅콩 리턴’ 사건이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위기관리의 실패의 대표사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윤호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박사)은 17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극한의 위기관리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삼성 사장단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20년간 근무한 윤 박사의 생생한 현장경험을 통해 위기관리 극복의 중요성을 배웠다.



윤 박사는 남극의 불규칙한 기후환경에 따른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아 다수의 구조대원이 목숨을 잃었던 아르헨니타 탐험대 등의 사례 등을 설명하면서 “리더는 위기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종기지 탐험대 조난사례를 설명하면서 "직원이나 중간관리자들의 의견이라도 그것이 원칙에 맞지 않다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것도 부하들의 목숨을 지키고 리더로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윤 박사는 특히 세월호 참사,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례를 언급하면서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된 전형적인 사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선 “침몰시 일단 배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구조의 원칙과 기본을 아예 무시했다. 그 기본만 지켰으면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른바 ‘땅콩 리턴’으로 불리는 대한항공 사건과 관련해선 “위기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벗어놓고 신속히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대한항공은 위기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윤 박사는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건 발생시 처음에 보직을, 이후 부사장직을 내려놓다가 비판여론이 고조돼서야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상황을 빗대 “완장 5개 중 2개만 내려놓으면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삼성그룹의 경우 최근 경영위기 상황에서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다운사이징에 발 빠르게 나서는 등 위기대응 능력에 있어서 방향과 속도 모두 기본에 충실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박사는 삼성 사장단에 위기관리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비전제시, 자금운용, 경영철학도 중요하지만 위기상황에서의 기본과 원칙을 지킨 대응이 하부조직을 움직인다. 그들(직원, 하급자)이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쉽”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박사는 향후 삼성그룹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사장단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삼성이 현재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사업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남극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전략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은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윤 박사는 전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강연과 관련 “굉장히 시의적절하고 의미있었다. 남극현지의 생생한 극한상황 사례와 위기극복 방안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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