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온라인 '찌질이'가 극우 '정치테러범'됐다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4.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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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공간->행게이->폭식투쟁->황산테러.."우려스러운 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과 자유청년연합 회원들이 지난 9월 13일 오후 광화문 단식농성장 인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뉴스1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과 자유청년연합 회원들이 지난 9월 13일 오후 광화문 단식농성장 인근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는 "폭식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뉴스1


이번에는 '황산테러'다. 폭식투쟁으로 광장에 나온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테러까지 일으켰다.



극우성향인 일베 회원으로 알려진 전북 익산의 고등학생 오모군(18)은 지난 10일 신은미씨의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을 투척해 2명에게 화상을 입혔다. 신씨를 종북인사로 간주하고 있는 일베에서는 오군을 '오열사', 테러를 '의거'로 치켜세웠다.

일베의 공격성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11년 만들어진 일베는 초창기부터 게시판에 여성 비하, 전라도 지역 폄하, 반인륜적 게시물 등을 서로 공유해왔다.



그들만의 사이버 공간으로 인식됐었지만 △5.18 광주 민주화 피해자 '홍어 택배' 지칭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화장실 사진 인터넷 유포 △성범죄자 전자발찌 및 성범죄자 고지서 인증 △성기인증 등 비상식적인 게시물을 통해 오프라인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후 이른바 '행게이(행동하는 게시판 이용자)'가 등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일베의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2012년 한 일베 회원이 수지(걸그룹 '미스에이'의 멤버)의 사진을 쓴 입간판에 성행위를 암시하는 행동를 한 것, 커뮤니티 '오늘의유머'를 하는 초등학생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들어서는 대학가에서 유행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찢거나 불태웠고, 올들어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노란 리본'을 훼손했다. 극우 특유의 공격성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


지난 9월6일 '광화문 폭식 투쟁' 퍼포먼스부터는 아예 익명성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던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일베 회원 및 자유청년연합 100여명은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 먹으며 유가족을 조롱했다.

일베 회원들은 이 날을 '일밍아웃(일베 커밍아웃)' 기념일이자 '906 광화문대첩'이라 부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일베 회원들은 광화문 광장 한 복판에서 당당히 일베를 뜻하는 손모양을 한 채 인증샷을 찍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광화문 폭식 투쟁'이 일베의 오프라인 활동에 확신을 준 계기로 분석했다.

그는 "심리학적 용어로 '확증편향'이라고 하는데 일베가 비상식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편적인 상식으로 믿게 됐다"며 "이후 '폭식 투쟁'을 거치면서 '이렇게 나와도 되는구나, 우리가 맞는 거였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오프라인 활동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찌질이'에서 '황산테러범'으로 점차 과감해지는 일베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이번 황산테러를 '정치 테러'로 간주하며 "우려 했던 일이 현실화 됐다. 보수언론과 종편 방송이 우리 사회에 '극우'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상진 교수는 "일본의 재특회처럼 일베의 오프라인 점령이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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