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오빠의 갑작스런 카톡 "정말 급해서 그러는데…"

카톡·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해킹 이용 금융사기 급증…"예방이 최선"

서울 지하철에서 출근 길에 오른 회사원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 회사원 김모씨(28·여)는 최근 사촌오빠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받았다. "동생아 바쁘니? 내가 지금 정말 상황이 급한데 송금이 가능한 곳이 없어서… 100만원만 이 계좌번호로 보내줘. 현금인출기 발견하면 바로 보내줄게."

갑자기 큰돈을 송금해 달라고 하는 것이 이상했던 김씨는 사촌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음이 두어 번 이어지더니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정말 급한 일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김씨는 사촌오빠가 적어 준 계좌번호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몇 시간 뒤. 사촌오빠는 다급한 목소리로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카카오톡이 해킹당한 것 같은데 혹시 송금을 했냐"고 물었다. 김씨는 놀라 경찰에 신고했지만, 계좌를 확인해 본 결과 돈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인출된 상황이었다.

최근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메신저를 해킹하는 수법의 금융사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주로 스미싱(Smishing) 문자를 통해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계정 도용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일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대부분의 경찰서가 메신저 피해 신고접수를 매일 수십 건씩 받는다"며 "과거에는 가짜 홈페이지로 유도해 돈을 빼내는 '파밍' 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메신저 계정 도용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스미싱을 이용한 스마트폰 해킹을 통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내 계정 도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사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진 제2의 계정을 만들어 속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에 신고할 경우에도 범인 검거가 요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대부분의 메신저 해킹이 외국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사용하는데 이 경우 국제 공조를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의자들이 있는 국가들에 협조요청을 해봤자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해킹범을 잡고 싶어도 IP를 추적해보면 중국이나 대만 등 외국 IP인 경우가 많다"며 "총책은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면서 돈만 대포통장을 이용해 받기 때문에 처벌도 대포통장 제공자를 잡는 수준에서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본인의 계정도용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메신저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용 PC에서는 메신저 로그인을 한 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자동완성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타인으로부터 돈을 송금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먼저 전화를 해 확인을 하고, 확인이 안 될 경우 보내지 말아야 한다"며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