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이 때 직접 시 서기를 서울 서린동 사옥에 초청해 장시간 만남을 가졌다. 당시 자리에 함께했던 SK 측 한 인사는 "최 회장이 '30년을 내다보고 같이 협력해 발전을 이루자'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회상했다.
시 서기는 이들을 만찬에 초청해 대접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과 시 주석이 만찬에서 양국 경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과거 방한 당시 LG그룹 못지않게 시 주석과 많은 스킨십을 가졌던 SK에서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포럼에 참석한다. 하지만 김 의장은 170여명에 달하는 한국 측 참석자 중 한 명의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자리에 없는 SK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SK는 그 어느 기업보다 중국 투자를 활발하게 벌이는 기업이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저장성 우시 공장은 중국 내 반도체업 중 매출 1위 사업장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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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종합화학이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손잡고 우한에서 진행한 석유화학 프로젝트는 지난 1월 가동에 들어갔다. SK가 지분 16.6%를 투자한 도시가스회사 차이나가스는 중국 최대 민영 가스회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영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SK의 성과는 최태원 회장이 10년 넘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한 경영의 결과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1월, 중국에 머물면서 영상메시지로 각 계열사에 신년사를 보낼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그룹 내에서는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또 한번 중국 시장에서 도약할 기회가 생겼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이 퍼져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자유로운 몸이었다면 그동안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의 기회를 잡았을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