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90만+100만원' 통장에… 투잡족 A대리, 무슨일?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4.05.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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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로망과 현실⑦] '비밀 알바' 회사몰래 했다가…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6%가 투잡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0.7%가 실제로 투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료사진=이미지비트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6%가 투잡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0.7%가 실제로 투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료사진=이미지비트


#올해로 직장생활 4년차에 접어든 30대 여성 A씨는 명함이 2개다. 지난해 말 지인의 소개로 번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투잡족'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갑은 두둑해졌다. 월 100만원의 추가 수입이 생겨 한 달에 390만원 가량의 돈이 통장에 꽂혔다.

그러나 A씨는 최근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야 할 지 고민이다. 내일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 없이 계속 일만 하다 보니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평소에는 일에 치여 죽을 것 같다가도 통장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며 "몸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마약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 '투잡족', 경제적 풍요의 유혹



부족한 용돈 벌이와 넉넉한 여윳돈에 대한 욕심, 투잡은 직장인의 로망 중 하나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대중화로 투잡이 더욱 쉬워졌다. 기업이 전산망을 차단해 일반 PC의 경우 개인쇼핑몰, 주식투자 등 외부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지만 스마트 기기가 이 방화벽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직장인 54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6%가 투잡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10.7%가 실제로 투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은 '투잡족'인 셈이다.

투잡을 선택하는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49.3%,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여윳돈으로 넉넉하게 생활하고 싶어서(42.8%) △결혼·노후 등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29.6%)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부족해서(23.6%) △대출금 등 빚을 갚아야 해서(20.4%) 등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였다.


투잡으로 얻는 월수입은 평균 75만원으로 조사됐다. 사람인에 따르면 이는 주 직무에서 나오는 수입의 평균 32% 수준이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온라인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30대 남성 B씨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익이 많이 나진 않지만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생겼다"며 "이 돈으로 통신비, 전기세 등을 해결하니 생활이 한결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업무효율 저하' '세금 폭탄' 등 주의

그러나 투잡 전선에서 직접 뛰어본 사람들은 "함부로 덤빌게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A씨는 "계속 일만 하다 보니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하지 않던 지각이며 회의시간에 조는 일까지 발생했다"며 "투잡 시작 후 한 달 뒤 회사 부장님이 불러 '요즘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회사에서 안 좋게 볼 것 같아 몸이 안 좋다고 둘러대느라 진땀을 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퍼포먼스 저하와 사내 보안 유지 등의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투잡을 금지하거나 투잡을 할 경우 회사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퇴근 후 설계 아르바이트를 했던 30대 남성 직장인 C씨는 "회사에 투잡 금지 조항이 있어 몰래 일했었는데 연말정산과정에서 들키고 말았다"며 "결국 시말서를 쓰고 아르바이트는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기존 월급 외에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경우 연말정산 외에 종합소득신고를 해야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된다. 이 과정에서 수입이 늘어난 만큼 세금이 증가하거나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박재형 세무사는 "직장에서 연말정산을 하고 세금신고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추가 소득에 대해서 5월 종합소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약 20%에 달하는 무신고 가산세까지 추가로 부과 돼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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