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봇이 담배야? 갑작스런 실루엣 처리 왜?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4.04.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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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또봇·자이로제타 특정 자동차 과도한 노출 '행정지도'… 업계 "갑자기 왜?" 당황

어린이들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변신자동차 또봇’ 등 자동차를 모티브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 현재 시판중인 자동차가 나올 때 뿌엿게 실루엣으로 처리돼 방영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특정 회사의 자동차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줌으로써 방송심의규정에 위반된다며 행정제재를 내려서다. 당장 관련 애니메이션 수정작업을 해야하는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나친 제재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또봇 14기에서 자동차들이 실루엣 처리가 돼 있다/사진=방송 캡쳐↑현재 방영 중인 또봇 14기에서 자동차들이 실루엣 처리가 돼 있다/사진=방송 캡쳐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지난 1월 유료방송 심의의결을 통해 투니버스, 애니박스, 카툰네트워크 등에서 방영중인 토종 애니메이션 '변신자동차 또봇 13기‘에 대해 '의견제시' 처분을 내렸다. 2010년 11월 첫 방영을 시작한 또봇은 기아자동차와 협업으로 제작돼 '쏘울' 등 기아차에서 생산한 차량들이 등장한다.

또한 방통심의위는 투니버스, 대교어린이TV에서 방송중인 자이로제타에 대해서도 '권고' 처분을 내렸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닛산, 미츠비시 등 일본 자동차가 등장한다.



방통심의위는 이들 애니메이션이 특정 회사의 자동차들과 유사한 디자인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해 변신과정 등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광고효과를 줌으로써 방송심의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상업성이 짙다는 것이다. 권고나 의견제시는 법정제재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제재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시판 중인 자동차의 지나친 노출이 심의규정상 위반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다만 어린이채널 특성상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아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도 제재를 내렸다"고 말했다.

업계는 방통심의위의 갑작스런 제재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영실업 관계자는 "이미 3년동안 방영되면서 다수의 자동차 등장했는데 갑작스럽게 문제가 되니 당황스럽다"며 "일단 방통심의위의 제재에 따라 수정작업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영실업은 현재 자동차를 실루엣 처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방영된지 2개월이 채 안된 자이로제타도 직격탄을 맞았다. 2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투니버스는 현재 자이로제타 방영을 중단했으며 자이로제타 마스터 라이선시인 대교어린이TV는 자동차를 실루엣 처리하는 등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교어린이TV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수정에 대해선 일본 원작사도 수용을 했지만 수정작업 비용은 전적으로 라이선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제 방영 초기인데,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현재 방송 편성을 논의 중인 손오공의 '카봇'도 수정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봇은 현대차 차종을 모티브로 한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주시청자인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도 갑작스런 실루엣 처리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주부 J씨는 "아이들이 또봇을 좋아해 종종 틀어주는데 갑자기 실루엣 처리가 되니 아이들이 '화면이 이상하다'고 말을 한다"며 "오히려 실루엣이 아이들 정서엔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 업계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문화콘텐츠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심의위의 이번 제재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방통심의위 입장에선 산업보다 방송을 우위에 둘 수밖에 없겠지만 적은 방영료 외에 이렇다 할 수익이 없는 애니메이션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상업적 노출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며 "방통심의위의 오락가락하는 심의규정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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