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현금 수송 차량을 지켜라"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4.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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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섭 한국은행 청경대장...34년 무사고, 6월 정년퇴직

김진섭 한국은행 청경대장은 한은에서 34년을 보냈다. 오는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끝까지 맡은바 소임을 다해내겠다"고 말했다. /사진= 이동훈 기자 photoguy@김진섭 한국은행 청경대장은 한은에서 34년을 보냈다. 오는 6월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끝까지 맡은바 소임을 다해내겠다"고 말했다. /사진= 이동훈 기자 photoguy@


한꺼번에 현금 수백억원을 싣고 달리는 차가 있다.
대한민국의 '금고'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현금수송차량이다. 지난 설엔 600억원이 3대의 차량에 나뉘어 각 금융기관으로 옮겨졌다. 권총과 K1소총,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현송차를 지킨다.

한은의 현송 출장을 진두지휘하는 청원경찰(청경) 대장은 김진섭씨(58)다. 한은 64년 역사상 현송 '무사고'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사고라는 건 순간적으로 발생해요. 미련해서 당하는 것이 아니죠."
민방위 훈련 날 경찰차가 쫓아오는데도 차를 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오로지 '안전'에만 집중해야 하는 특수한 업무이다.



"휴일 늦은 시각 한은 정문 앞에서 도로 작업이 진행되길래, 즉시 남대문 경찰서에 협조요청을 한 적도 있어요. 집채만한 덤프트럭, 포크레인이 도로 공사를 하는데 중구청의 사전 공문이 없었거든요. 한은 밑에는 금고가 있으니 뭐든 가까이 오는 것 자체를 극도로 경계해야 합니다."

청원경찰은 특정 기관, 한정된 구역 내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다.
김 대장은 1980년 한은에 청원경찰로 입행해 올해로 34년째를 맞았다. 김준성 총재(13대)부터 김중수 총재(24대)까지 12명의 총재를 겪었다. 이주열 총재 후보자의 얘기가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잘 아는 분이죠, 부총재로 재직하실 때 매일같이 봤어요." 김 대장은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한은과의 인연은 군 제대 직후 스물다섯 무렵이었다. 일간지에 '한은 청원경찰 00명 모집'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지원했다.
서류전형, 체력검정, 제식훈련, 면접까지…. 다른 건 몰라도 달리기엔 자신 있었습니다." 100m를 12초, 1000m를 3분 5초에 끊었다. 그는 태권도 2단, 택견 3단, 호신술 2단, 경호술 초단 보유자이기도 하다.

천문학적인 현금이 오가는 한은은 출입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부 언론사에서 국가기관 무단출입을 시도한 후 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는데, 검찰청, 세종청사 등은 경비에서 낙제점을 받은 반면 한은은 '철통보안'으로 인정됐다. 등록되지 않은 차량에는 폭발물 탐지기까지 동원된다.

"200억 현금 수송 차량을 지켜라"
김 대장은 대원들에게 매일같이 상황판단능력을 강조한다. "컴퓨터나 첨단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지만, 도둑을 잡는 것은 결국 인간입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습관처럼 허리춤에 있는 가스총을 쥐었다. 손때가 타 손잡이 부분 검은 칠이 다 벗겨졌다.
퇴직 소감을 물었다. "요샌 ''오랜 세월 있었는데 몇 개월 후면 더 이상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은 자주해요. 나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해야죠."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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