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감정평가… 국토부·협회, 조사 '늑장'?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12.13 06:11
글자크기

업계 이익 대변해야 하는 협회 '난감'…국토부 "조사준비는 하고 있지만…"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일반분양아파트도 3.3㎡당 3000만원대로 분양하는데 고급아파트(한남더힐)를 2000만원 후반에서 3000만원 초반대로 평가해 깜짝 놀랐다. 상식밖의 평가다."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관계자)

 "대한민국에서 3.3㎡당 8000만원을 넘는 공동주택은 없다.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이 살고 있는 1군 주택도 3.3㎡당 4000만~5200만원 수준이다." (나라·제일감정평가 컨소시엄 관계자)



 최고 3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의 감정평가 결과가 평가업계는 물론 부동산시장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우선 입주민들과 시행사가 각각 의뢰한 복수의 감정평가 결과에 대해 참여 법인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다. 그만큼 감정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일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게 감정평가업계와 법조계의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윤모씨는 "복수의 감정평가액이 30%만 차이 나도 문제가 상당하다는 의견인데 무려 2~3배 차이는 감정평가업계의 대망신"이라며 "평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대형사고'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평가법인들이 한국감정원을 제외할 경우 상위 10위권내 무려 4개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평가에 참여한 감정평가사들이 경매를 비롯해 토지보상 등 다른 부동산도 감정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한남더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 변호사는 "'한남더힐'처럼 수수료가 큰 건에 대해서도 감정평가가 부실하다면 소규모 감정평가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국민 누구나 감정평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재산권에 심각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민간임대주택인 '한남더힐'은 분양전환 계약에 따라 입주민과 시행사가 당초 각각 상위 10위권내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감정가를 산출한 후 산술평균해 분양가를 정하기로 했었다.


 입주자대표측은 나라·제일감정평가 컨소시엄을 선정해 6억원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냈고 시행사는 대한감정평가를 선정했다가 10위권내 법인이 아니라는 입주자측의 반발로 미래새한감정평가를 재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가 낸 수수료는 각각 3억원씩이다. '한남더힐' 관련 감정평가 수수료만 총 12억원인 셈이다.

 감독의무가 있는 국토교통부 역시 "문제가 있다. 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감정평가협회 역시 타당성조사를 위해 '의견서 제출'을 각 법인에 요청했다.

 문제는 늑장부리기다. '한남더힐'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문제 인식과 의견서 요청 단계에서 정지된 상태다. 입주민측 분양전환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감정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민원을 넣은지 한 달이 지났다. 대책위는 지난달 12일 협회에 이어 15일 국토부에 각각 감정서 사본 등 자료제출과 함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달 20일자로 "협회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조사 결과 나오면 처벌 여부를 조치할 예정"이라고 회신한 후 뒷짐을 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금액이 큰 분양전환 협상 시기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심한 반발이 우려된다"며 "타당성 조사를 안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중인) 현 상황에선 개입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밀하게 평가해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평가사들이) 승복할 수 없어 타당성 조사 기간은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결과가 수개월 후에나 나오는데도 현재 계약중이란 이유로 감정평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회도 늑장부리기는 마찬가지다. '한남더힐' 담당평가사들에게 '타당성 조사'를 위해 의견서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22일. 2주일의 기한을 줬다.

 나라·제일감정평가 컨소시엄(입주자대표측)은 요청 기한에 맞춰 지난 6일 의견서를 제출한 반면, 미래새한감정평가(시행사측)는 시행사인 '한스자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의견서 접수 확인조차 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 담당 임원은 "(의견서 접수를) 확인 못했다. 그보다 입주민측에서 감정서가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고발 접수됐다고 해서 확인중"이라며 "소송이 제기되면 타당성 조사는 중단된다"고 말했다. 소송이 진행되면 '타당성 조사'는 중단되기 때문에 의견서 접수 확인보다 고발 접수 확인이 우선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협회는 평가법인들이 회원사여서 난처하겠지만 국토부가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의견서가 오지 않았다고 조사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조사가 6개월씩이나 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 역시 "감독청이 빨리 조치를 취해야 계약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감독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