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83억vs29억'…감정가差 3배 '대형사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3.11.2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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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그래픽=강기영 디자이너


 최고 3.3㎡당 8300만원으로 초고가 분양가격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이 분양 전환가격을 놓고 국내 10위권내 감정평가법인들이 최고 3배 가량 차이나는 감정가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감정가 차이가 10%만 발생해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이같은 평가금액 차이는 '대형사고'라는 게 감정평가업계 지적이다. 다만 감정평가사가 고의로 잘못 평가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29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한남더힐' 관련 감정평가를 맡은 감정평가법인은 나라·제일감정평가 컨소시엄(입주자대표측)과 미래새한감정평가(시행사측)다.

 '한남더힐' 분양전환 계약에 따르면 임대의무기간은 5년(2016년 1월)이지만, 입주후 30개월(2013년 7월 이후)이 지나면 시행사와 입주자가 서로 협의해 분양전환할 수 있다. 분양가격은 시행사와 입주자대표가 각각 의뢰한 감정평가의 평균가격으로 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나라·제일컨소시엄과 미래새한의 감정평가액 차이가 최고 3배 정도에 달한다는 점이다. 실제 공급면적 332㎡(전용 244㎡)의 경우 입주자들이 의뢰한 나라·제일컨소의 감정액은 3.3㎡당 2870만원인 반면, 시행사 의뢰를 받은 미래새한은 7000만~8300만원의 평가액을 내놓았다.

 동일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설령 차이가 나더라도 5% 내외 수준이며 보상평가 또는 공정평가의 경우 10%를 넘으면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업계는 밝혔다.

 한국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복수평가시 가격차이가 10% 이상 벗어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특수 사례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해 관계자들이 평가가격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평가사들도 10%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사들은 부동산가격을 판단할 때 크게 △비교방식 △원가방식 △수익방식 등 세 가지로 평가한다. 주택의 경우 인근에서 거래된 사례를 비교해 평가하는 거래사례비교법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거래가 없어 비교평가가 어려운 경우에는 땅값과 공사비 등을 따져 평가하는 원가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다만 어떤 방법을 쓰던지 평가액이 크게 달라져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감정평가는 무조건 적정가격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을 적용하든 시장에서 가장 적정한 가격을 찾아내는 것이어서 (시장 적정가격이) 크게 차이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부동산에 대한 감정가격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감정평가협회 회원들은 감정한 평가서를 DB(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공유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복수평가를 하더라도 한 부동산에 대한 결과가 10% 이상 차이나지 않는 것은 법원 판례처럼 앞서 평가된 결과를 보고 참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남더힐'에 대해 크게 엇갈린 감정평가가 '대형사고'로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측의 보고서를 비교하기 전까지는 감정가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나라·제일컨소시엄이 평가결과를 이미 협회 DB에 올린데 반해, 미래새한은 이날 오전까지도 평가서를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한남더힐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예외적인 사례로 협회에서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시행사와 입주민들이 협의하고 있고 양측에서 보안을 요구해 어느 한쪽의 보고서도 공개를 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감정평가사들이 의도적으로 평가를 잘못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나 제도가 없다는 것. 협회에 따르면 현재 감정평가사는 3600명이며 회원사가 30개, 개인사무소가 600개다. 이들이 평가한 감정서는 연간 40만~50만건에 이른다. 한두건 잘못된 평가가 있더라도 부각되지 않는 한 문제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감정평가서를 DB에 등록하는 것도 의무사항은 아니다. 종전까지는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협회가 DB(정보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최근 일부의 DB는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면서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평가사들도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큰 계약건인 경우 의뢰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일반평가인 경우 협회의 심사를 받지 않는데 규모가 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건은 심사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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