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통'에 무슨 디자인이냐구요?"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3.10.14 06:30
글자크기

[피플]국내 위생도기 전문디자이너 1호로 꼽히는 정지철 아이에스동서 디자인팀장

"'똥통'에 무슨 디자인이냐구요?"


"남들은 '똥통'에 무슨 디자인이 필요하냐고 말하겠지만, 위생도기 같은 로우테크(low-tech) 산업은 기술 발달에 한계가 있는 만큼 디자인 품질이 궁극적인 경쟁력이 되죠."

욕실전문기업 아이에스동서 (25,700원 ▼650 -2.47%)의 정지철(사진) 디자인팀장은 10년 넘게 변기 등 위생도기 디자인에 천착하고 있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독일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정 팀장이 아이에스동서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만해도 국내에선 위생도기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로 업계에선 정 팀장을 국내 위생도기 전문 디자이너 1호로 꼽는다. 아직도 국내에 위생도기 전문 디자이너로 꼽히는 사람들은 2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위생도기 디자인은 사용자의 편리성에서 출발한다. 사용하는 사람이 욕실에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른바 유저 익스피리언스(UX)디자인이다."



이같은 정팀장의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나는 제품이 바로 '키누스(KINUS)', '장애인용 위생도기' 등이다. 키누스는 성인에 비해 체구가 작은 어린 아이들의 신체 조건과 배변 습관을 반영해 탄생한 아동 전용 욕실세트다. 로봇디자인과 알록달록한 색상을 적용해 화장실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감을 줄여주도록 했다.

또한 장애인용 위생도기는 일반 위생도기보다 높이를 50㎜ 높여 휠체어와의 높이를 맞췄고, 휠체어를 탄 생태 그대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위생도기 뒷부분의 폭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정 팀장이 디자인한 남성용 소변기는 지난 2010년 굿디자인 대상을 시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위생도기라는 품목으로 디자인 대상을 받은 첫 사례였다.


정 팀장은 한국 욕실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정 팀장은 "습식 화장실 문화에서 전자식 비데를 고집하고, 또 그 모양이 예쁘길 바라는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함을 충족시키기 위해 업체들의 기술력, 디자인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성장가능성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올해말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계란모양 디자인을 벗어난 새로운 디자인의 위생도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 팀장은 "올 연말 U자형 비데일체형 도기를 선보여, 위생도기와 비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고 자신감 있게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