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꺽인 교육특구…'학군불패' 자존심 살아날까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2.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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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목동 대한민국 제2의 교육특구→'물수능' 타격→특목고 입시특구 여전


1985년 12월 목동신시가지 1단지 아파트 첫 입주
한때 '교육 특구'로 집값 고공행진···'버블세븐' 불리기도

2007년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침체로 1차 타격
'물수능' 여파 학군 수요 감소로 2차 타격
6년새 집값 40% 가까이 빠져

'특목고 입시 특구' 남아있고 '부자동네' 이미지 여전
'노후' 이미지 벗기 위해 재건축·리모델링이 관건


↑서울 양천구 소재 목동신시가지 단지 모습. 목동신시가지 도로는 대부분 일방통행이다.ⓒ송학주 기자↑서울 양천구 소재 목동신시가지 단지 모습. 목동신시가지 도로는 대부분 일방통행이다.ⓒ송학주 기자


 #1985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단지 98.08㎡(이하 전용면적)는 당시 분양가격이 3.3㎡당 140만원(공급면적 기준) 정도인 4900만원이었다. 이후 목동이 '교육특구'로 자리잡으며 2006~2007년에 최고점을 찍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10월 최고가인 13억원(3.3㎡당 3714만원)을 기록했다. 20년만에 2653%의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133%씩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8억원이었다. 6년새 최고가 대비 38.5%인 5억원이나 빠진 것이다. 현재는 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어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



 ◇목동(牧洞)에서 목동(木洞)으로 '상전벽해'
 아파트붐이 가속화되던 1980년대, 당시 급등하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상습 침수로 비관심 지역인 목동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이 나왔다.

 목동은 일종의 신도시다. 1985년 1단지 입주를 시작해 1989년까지 모든 단지의 입주가 이뤄졌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총 392동 2만6929가구가 5년여에 걸쳐 차례로 주인을 찾았다.

 목동(木洞)이란 지명은 옛날 이 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나무가 많아서 붙여졌다. 목초가 많아 말을 방목하는 목장이 있었는데, 목동(牧童)과 그들의 가족이 모여 살던 동네라고 해서 목동(牧洞)이라고 하다가 표기가 달라져 목동(木洞)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 지역은 갈대만 무성한 쓸모없는 땅으로 홍수만 나면 침수되는 불모지였다.


 아파트 입주 당시를 기억하는 한 주민은 "1983년 목동지구 신시가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도 별 관심이 없었던 지역"이라며 "당시 안양천 제방 위에는 도심지역 철거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빈민들로 이루어진 빈민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1986년 7월 한 일간지에는 '목동아파트는 그동안 미분양사태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긴 채 매물이 쏟아졌다. 계속 내림세를 면치 못하던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값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거래가 시작되면서 분양이후 처음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안에 있는 월촌중학교의 모습.ⓒ송학주 기자↑목동신시가지 1단지 안에 있는 월촌중학교의 모습.ⓒ송학주 기자
 ◇'목동'이고파…신정동도 목동, 없는 15단지도 만들어
 '미분양'의 대명사로 불리던 목동이 국내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과 목동에 거주민들 대부분은 '교육열높은 지역 이미지'를 꼽았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중학생은 목동으로 보내라"는 말은 이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목동은 1990년 중반부터 여의도에 직장을 갖고 있는 금융인과 방송인, 서부권이 근거지인 법조인, 의사, 교수들의 집단 주거지로 서서히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의 높은 교육 수준은 아이들의 교육열로 이어졌다. 결국 '여의도 왼쪽 외로운 섬 동네'로만 여겨졌던 목동이 이제 강남에 이은 대한민국 제2교육특구로 위상을 확고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목동은 이제 단순한 서울시내 한 동네가 아니라 '강남'과 같은 일종의 브랜드로 굳어졌다. 저마다 '목동'이란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목동 주변 영등포, 구로, 광명, 부천, 일산, 심지어 김포, 인천까지. 소위 여의도 서쪽 지역 주민들에겐 목동은 꿈의 동네다. 다리 하나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산동과 구로동, 광명 등의 집값은 목동과 천양지차다.

 '목동을 보면 목이 메인다', '목동을 가려면 목돈이 필요하다', '서부 지역구였던 목동이 전국구로 올라섰다', '목동이 미쳤다' 등 목동은 한때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경기 분당·용인·평촌 등과 함께 '버블세븐'으로 불리며 수도권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목동은 단순히 동 이름이 아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1~7단지만 행정구역상 목1·5·6동에 속해 있다. 8~14단지는 신정 1·6·7동에 속해 있다. 아파트 없이 주택가로 이뤄져 있는 목2·3·4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서상 목동에 속하지 않는다.



 결국 '목동'이란 브랜드는 목동 아파트 단지가 들어있는 목동 일부와 신정동 일부를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상황이 이하니 단지밖 거주민들은 스스로를 '목동 사람들'로 생각한다. 이들의 꿈은 단지내 진출을 통해 '진짜 목동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단지내 입성'이란 표현조차 있을 정도다.

 목동 14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3동짜리 소형 아파트인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호수가 101~103동이 아닌 1501~1503동이 크게 써있다. 이를 두고 '목동 15단지가 되고픈 한 아파트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여긴다. 신정동에 속한 8~14단지 주민들도 신정동에 산다고 얘기하지 않고 무조건 "목동에 산다"고 한다.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옆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모습.ⓒ송학주 기자↑목동신시가지 14단지 옆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모습.ⓒ송학주 기자
 ◇'버블세븐'이 '반값세븐'으로…학군 수명 다했나?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목동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한파가 부는 강남 집값 하락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제2강남으로 불릴 만큼 목동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학군. 하지만 한쪽에서는 명문 학군의 수명도 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목동신시가지1단지 47.52㎡는 2007년 5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11월에는 3억9500만원에 팔렸다. 11억원이던 83.23㎡는 8억원으로 떨어졌다. 대형 하락폭은 더 커 125.44㎡의 경우 17억2000만원에서 10억원 선까지 빠졌다. 고점 대비 42%나 빠진 것이다.

 목동의 불황이 거세지는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다. 투자자들 구매력이 줄어든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급매물을 내놓는 매도자가 늘고 있다. 불황으로 부담이 큰 비싼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자는 사라져 가격은 더욱 떨어지는 분위기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꺾이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빚을 내 인기 학군으로 옮기려는 '맹모(孟母)'들의 학군 수요도 줄었다. 여기에 대학 입시 때 수시전형 비중이 높아지고 수능이 쉬워져 '물수능'이 되면서 명문고 인기가 시들해 진 것도 원인이다. 수시에서 비중이 높아진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선 경쟁이 치열한 목동이 아닌 타 지역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어서다.



↑목동의 한 상가 건물에 입시 학원이 늘어서 있다.ⓒ송학주 기자↑목동의 한 상가 건물에 입시 학원이 늘어서 있다.ⓒ송학주 기자
 ◇목동 '맹모'들은 여전…재건축·리모델링 관건
 목동 아파트값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시장에선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매수세가 없다. 수요자 입장에선 여전히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목동 아파트값은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일부에선 조만간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목1동 인근 F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모들의 교육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현재도 입학 시즌이 되면 전세 구하는 엄마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가 전부 없어진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학군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중학교 학군 수요는 여전하다. 특목고 입학 학생들의 출신 지역 상위권에 목동 아파트 단지내 학교가 항상 이름을 올린다.



 목동은 강남 다음으로 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재건축 기대감도 많이 반영되는 지역이다. 목동신시가지는 1985~1988년 사이 입주해 빠르면 올해부터 구역지정이 가능하다.

 리모델링도 중요하다. 목5동 인근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목동이 오래된 아파트여서 살기 힘들 것으로 보지만, 겉만 그렇지 실내는 리모델링이 많이 이뤄져 으리으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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