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행복주택' 모델, 양천아파트 가보니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3.01.3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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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신정차량기지 위에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모습.ⓒ이기범 기자↑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신정차량기지 위에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모습.ⓒ이기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거복지공약으로 내세운 '철도부지 임대주택'(별칭 '행복주택') 사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미 철도 차량기지 위에 건설돼 '행복주택'의 모델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아파트' 주민들은 "보완할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가한 오전시간임에도 꽉 막힌 서부간선도로를 따라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방향으로 나서니 오른쪽에 높은 칸막이가 둘러쳐진 차량기지가 보인다.



 차량기지 위에는 외딴섬에 서 있는 야자수처럼 하늘 높이 뻗은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그 아래로 18개 철도 선로가 나란히 지나간다. 아파트단지 아래로 지하철이 달린다.

 양천아파트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1995년 지하철 신정차량기지 위에 인공적으로 땅을 조성해서 만든 공공임대주택이다. 전용면적 33·39㎡ 소형으로 총 2998가구로 구성됐다. 임대기간은 20년, 50년이 섞여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27일 경제2분과 인수위원들과의 자유토론에서 "(철도부지 위 임대주택은) 기술발달로 소음이나 이런 것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때 공약한 '행복주택' 추진을 공식화했다. 토지매입비가 필요없는 정부 소유 철도용지를 활용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 서민주거 안정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실제 돌아본 양천아파트의 생활환경은 예상보다 쾌적한 편이었다. 단지 곳곳에 심은 조경수와 놀이터 등은 이곳이 인공대지란 게 무색할 정도였다. 지하철로 인한 소음·진동도 우려와 달리 생활에 큰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101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새벽에 가끔 소음이 있지만 대체로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단지 전경.ⓒ송학주 기자↑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단지 전경.ⓒ송학주 기자
 ◇소외계층이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진정한 '행복주택'
 하지만 양천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행복주택'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곳에 산다고 하면 친구들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 노래를 부르며 놀린다"며 "학군 좋기로 유명한 목동 근처다보니 '쟤네들이 물 흐린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이들이 따돌림당하는 경우도 있어 인근 다른 아파트 이름을 알려주게끔 한다"고 덧붙였다.

 '행복주택'과 같은 대규모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주변 집값이나 거주여건이 악화된다고 주장하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 제기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양천아파트처럼 차량기지 위가 아니라 일반 선로를 이용할 경우 소음과 진동이 더욱 심해 주거환경이 악화돼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주변 조경수 모습.ⓒ송학주 기자↑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주변 조경수 모습.ⓒ송학주 기자
 단지내상가에서 조그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노인이 대부분"이라면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인 만큼 임대료가 싸서 사는 것이지 누가 이런 곳에서 살고 싶겠냐"며 반문했다.

 새정부가 '행복주택'사업을 시행하면서 저렴한 집을 짓는데 만족해선 안되며 실제 주거를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을 계획·시행하고 입주민들이 또다시 '소외'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천구 신정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싸다고 무조건 살기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행복'이란 이름으로 차별화하는 등 양천아파트와 같이 외딴섬처럼 만들어 공급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동요에선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아기가 잠을 잘도 자지만 실제로는 불편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행복주택'을 일반아파트와 섞어놓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신정차량기지 위에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모습.ⓒ이기범 기자↑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신정차량기지 위에 건설된 공공임대아파트 '양천아파트' 모습.ⓒ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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