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제2의 분당' 세운다던 검단신도시, 지금은?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3.01.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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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부동산 침체로 과잉공급 2지구 해제…을씨년한 마을

↑인천검단신도시2지구 항공촬영 모습.ⓒ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인천검단신도시2지구 항공촬영 모습.ⓒ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검단신도시는 2006년 10월 인천 서구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 보였으나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대상 지역에 포함된 군부대 이전문제가 골칫거리로 작용했고 대규모 토지보상 작업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더디기만 했다.

 2008년 말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천검단신도시 청사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신도시 개발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회의론이 득세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무더기 미분양이 불가피하고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 부담도 사업 추진을 더욱 불투명하게 했다.



  결국 7년여가 지난 현재 인천검단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2지구 개발을 취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1지구도 전체 개발면적의 30% 안팎인 230만~330만㎡ 규모의 시범단지를 단계적으로 우선 개발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오랜 기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묶여 개발 제한을 받은 탓에 대상 지역은 언뜻 폐가처럼 보이는 낡은 가옥과 공장은 일손을 놓은 듯 시설물들이 널브러져 있어 황량한 느낌마저 준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낳은 신도시개발의 현주소다.



◇인천 '제2의 분당' 신도시개발 청사진 좌초
인천에 '제2의 분당' 세운다던 검단신도시, 지금은?
 국토해양부는 인천검단2지구를 택지개발 예정지구를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현지 주민들의 52%가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72%가 지구지정 취소에 찬성했다. 인천도시공사와 LH는 이를 근거로 정부에 취소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택정책심의원회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오는 3월이나 늦어도 4월이면 택지개발지구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다.

 이로써 인천검단신도시는 당초 계획했던 전체 면적 1812만㎡에서 2지구 694만㎡를 제외한 1118만㎡로 축소됐고, 인구와 주택공급 가구수도 각각 23만명에서 17만7000명, 9만2000가구에서 7만800가구로 각각 줄어들게 됐다. 당초 인천에 '제2의 분당'을 건설하려던 당초의 계획은 크게 벗어나게 된 셈이다.

 2011년 아산탕정2지구(1247만㎡)와 오산세교3지구(508만㎡) 등 신도시개발 계획이 취소된 전례가 있지만 수도권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백지화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인천검단신도시2지구 현장. 왼쪽 산등성이 너머 멀리 김포한강신도시에 건설된 아파트가 보인다.ⓒ사진=전병윤 기자↑인천검단신도시2지구 현장. 왼쪽 산등성이 너머 멀리 김포한강신도시에 건설된 아파트가 보인다.ⓒ사진=전병윤 기자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근 김포한강신도시도 미분양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침체기에 무리하게 인천검단신도시 개발을 추진할 경우 사업시행자들이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다"며 "주변 주택시장이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이란 현실을 비춰보면 현재의 단계적 개발처럼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원래 계획에 비해 궤도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검단신도시의 위치는 이미 조성된 김포한강신도시와 유사해 중복적이고 인천의 송도신도시나 청라지구와 비교하면 특색이 떨어진다는 면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실을 선택
 인천검단신도시의 추정 사업비는 총 13조7343억원에 달한다. 현재 1지구의 경우 2010년부터 토지보상에 착수해 99% 마무리됐다. 금액 기준으로 1조5213억원이다. 지금은 지장물을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의 51%인 1627억원을 완료했다.

지난 9일 찾은 인천 서구 원당동 LH 인천지역본부 검단사업단에는 보상계약을 하러 온 주민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현지 관계자는 토지보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하루 100여명이 방문해 50건 정도 보상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인천 서구 원당동에 위치한 LH 인천지역본부 검단사업단으로 보상계약을 하러 온 주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전병윤 기자↑인천 서구 원당동에 위치한 LH 인천지역본부 검단사업단으로 보상계약을 하러 온 주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전병윤 기자
LH에 따르면 인천검단1지구 대상 지역에는 대략 6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지구계획에 포함된 곳은 주거보다 대부분 논과 밭, 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보상 대상자는 현지 주민들보다 외지에 살면서 토지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지보상을 앞두고 이주 목적으로 미리 대출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토지보상 전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이사했거나 다른 토지 매입비용으로 쓴 주민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LH 관계자는 "검단2지구에서 대토 마련으로 빚더미에 앉아 민원이 접수된 경우는 현재까지 거의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것이므로 토지보상 전에 개인적 판단으로 은행 빚을 빌린 경우까지 책임을 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2지구 주민들도 토지보상이 지연되고 사업 추진마저 어렵게 되자 개발 제한 등 재산권 피해를 입느니 지구지정을 해제한 뒤 주택경기 회복 시점에 다시 논의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시행자도 현실적 판단을 내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토지보상을 마무리했을 경우에는 이 같은 선택의 여지마저 없어진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방대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분양 실패에 따른 떠안을 수밖에 없다. 초기 군부대 이전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토지보상이 지연된 것이 되레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개발만능주의 수명 다했다
 인천검단신도시 1지구는 보상을 마치면 올 하반기 시범구역에 한해 발주를 진행하고 내년 1월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 침체와 주변의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H 관계자는 "인천검단신도시의 조성원가는 3.3㎡당 570만원으로 김포한강신도시 600만원대보다 낮다"며 "원래 계획보다 줄어든 만큼 도로나 철도 등 인프라투자 비용을 줄이면 조성원가를 더 낮출 수 있고 분양가도 3.3㎡당 900만원대 안팎으로 낮춰 분양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지역은 검단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는 2016년 말 이후 주거환경과 인프라 개선에 따른 기대감을 품고 있다. 인천 원당구 공인중개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구역 안에 과거 소규모 형태로 조성된 불로지구나 원당지구 등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1지구 개발이 완료될 경우 신도시로 흡수된 효과를 본다"며 "이곳 주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검단신도시의 사례는 과거 개발 만능주의 관점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 방식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상징적 신호라는 평가를 받는다. 2기 신도시들의 반경이 서울 도심에서 멀게는 50㎞ 이상 떨어진 동탄, 평택, 아산 등까지 확산되던 추세에서 도심 몰입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도심 주변으로 퍼지는 기존 신도시보다 도심 안에서 이뤄지는 재정비사업이나 리모델링 등이 갈수록 조명을 받게 된다"며 "재개발도 뉴타운처럼 대규모가 아닌 가로정비사업처럼 소규모 사업으로 진행되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정부가 추진한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공공사업이 중단되면 그동안 지구지역 지정으로 건축 규제 등의 재산권 피해를 입었던 부분에 대해선 외국처럼 국가가 보상해줄 수 있는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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