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60년전 '홀로코스트 노트' 베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이학렬 기자 2012.08.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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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사각형 모서리 둥글고 앞면이 평편한' 칠판노트' 똑같다

↑출처: 아이패드와 동일한 모양의 워싱턴 DC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전시된 칠판 노트. ↑출처: 아이패드와 동일한 모양의 워싱턴 DC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전시된 칠판 노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한 디자인인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에 두께가 얇고 앞부분이 평평한' 것은 애플의 고유 특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과 배심원단은 이 같은 디자인은 애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그 이전에는 없었던 창의적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하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60여년전 나치에 의해 유대인들이 대량 학살된 홀로코스트 당시 유태인들이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 골방에서 비밀리에 자녀 교육을 위해 사용했던 칠판노트(사진)가 이미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에 두께가 얇고 앞부분이 평평한' 디자인을 사용해 널리 알려진 것이라는 게 확인됐다.



특히 이는 애플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출시하기 훨씬 전이 지난 1994년 4월부터 개관한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에 전시돼 일반에 공개된 것이었다.

메모리얼 박물관은 나치 학살 관련 900여점의 사진자료와 70여점의 영상자료 등을 소장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는 미국 내 기념관이다.



이 같은 사실은 누리꾼 황모씨가 지난해 초여름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한 후 찍어놓았던 사진으로, 지난 24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전 결과가 나온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김모씨가 다시 사진을 받아 올린 것.

여기에는 "어제부터 삼성과 애플의 기술/디자인 특허 소송이 톱뉴스인데, 이 사진은 지난 초여름 워싱턴 DC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제가 찍은 것이랍니다. 나찌 폭정 하에서 유태인 초등학생들이 공부하던 시절의 휴대용 칠판이죠. 아이패드나 갤럭시탭과 외관은 물론 사이즈도 흡사합니다. 버튼(홀)의 위치까지 ^^ 제가 뭘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신기해서요. 누군가가 이 디자인을 차용하긴 했을 거 같은디..."라고 돼 있다.

미국 법원은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휴대폰은 아이폰이 나오기 전 소니 제품이나 LG전자 프라다폰, 삼성전자의 F700 등이 있었지만, 이를 증거로 채택하려는 삼성전자의 증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전의 디자인 중 동일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배심원들이 볼 수 없도록 했다.


반면 한국 법원은 24일 '갤럭시S' 등 디자인은 애플의 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배준현 민사합의11부 부장판사는 "둥근 직사각형의 형태와 베젤, 직사각형의 넓은 화면,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과 관련된 디자인은 이미 공지된 부분일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을 가진 이동통신기기가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도 갤럭시S 등이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영국 법원도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의 애플 디자인에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달 영국 법원은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를 베꼈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해 "애플 디자인의 많은 부분에 독창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담당한 콜린 버스 판사는 애플에게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는 판결내용을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라"고 명령했다.

자국 내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60여년전에 아이패드와 동일한 디자인의 칠판노트를 보고 애플의 디자인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특허라고 말한 미국 배심원들은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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